‘구경’이라는 우리말을 한자로 표현하면 ‘관광(觀光)’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예로부터 지금까지 표현은 같다. 우리처럼 구경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어쨌든 옛사람들이 보여준 호기심으로 인해 구경거리에 몰려드는 광경을 목격한 서양 사람들의 견문기에 기록될 정도다.
옛사람들이 가장 큰 구경거리는 왕의 행차다. 지금도 도지사가 어느 마을에 뜬다하면 청소하고 꽃길 정리하고 공무원들이 마을단장에 바쁘다. 옛날에도 그랬다. 왕의 지나갈 길가에 있는 고을은 돌 치우기 바닥고르기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물론 괴로움도 있었지만 힘든 것 보다 구경거리에 거는 기대가 컸다. 왕의 행차할 때는 뒤따르는 무리만도 군사들과 궁녀들을 비롯하여 악대 행렬 등 그야말로 인파로 인하여 장관을 이뤘다. 예나지금이나 구경거리에 빠지지 않는 것은 엿장수와 노점상들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대만 다를 뿐 구경거리를 만들고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마음은 똑 같은 것 같다.
제주관광이 왜, 문제일까? 관광객들은 보는 관광보다 즐기는 관광, 그리고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관광을 원한다. 귀가 닳도록 들은 이야기고 입이 닳도록 하는 말이다. 물론 과거보다는 많이 달라졌지만 얻는 것 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제주가 타국 관광지들과 경쟁에서 왜 떨어질까? 생각해보니, 그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고, 제주는 그들보다도 더 다양하고 더 독특한 제주의 고유한 색깔이 있지만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서서히 지워버리는 데 있는 것 같다.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는 것은 제주다운 제주를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현지주민들과 함께하는 체험관광이다. 예를 들면 1932년 제주 3대 항일운동의 하나인 제주해녀항일투쟁을 그 시대로 돌아가서 주민과 학생, 관광객들이 함께 재현해 보는 것이다. 매년마다 정기적으로 하다보면 학생들에게는 산 교육현장이 될 것이고 관광객들에게는 제주여성, 그 중에서 생활력이 강한 해녀들의 생존투쟁에 동감할 것이며, 제주의 해녀를 세계에 알리는 데도 한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관광에서 거품빼기 운동을 하고 있지만 정말 볼거리가 주어진다면 숙식비가 비싸도 아깝다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제주의 것만을 고집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제자유화 도시답게 세계의 다양한 문화도 소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뿌리 없이 거목이 서 있지 못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수용하려면 제주의 것이 뿌리로 뻗혀 있어야 하며 그 뿌리(즉, 정체성)를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제주정신문화연구원 박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