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호라이즌호가 보내온 명왕성 사진. 오른쪽 아래 하트 자국이 선명하다. 나사는 이 지역이 얼어붙은 평원지대로, 일산화탄소가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한 사실을 지난 18일 공개했다. 이미지 출처: NASA.

인류가 최초로 명왕성에 도착한 순간 미항공우주국(NASA)의 찰스 볼튼 국장은 “이는 과학과 탐험사에 있어 역사적 승리다. 우리는 또다시 인간 잠재력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지난 14일 오전 7시 49분 57초, 한국시간으로 오후 8시 49분 57초. 전세계인들은 명왕성의 최근접(1만 2500㎞ 지점)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인류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 것은 바로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New Horizons)호’였다.

▲ 뉴호라이즌호의 발사부터 명왕성에 근접하기까지와 그 이후의 임무 설명도. 이미지 출처: NASA.

◆발사부터 도착까지

지름 20.1m 크기 접시 안테나에 폭 0.76m의 본체가 연결된 모양의 뉴호라이즌호는 2006년 1월 19일 발사됐다. 9년 6개월의 긴 여정 끝에 56억 7000만㎞를 날아 명왕(冥王: Pluto)과 조우했다.

이 기나긴 항로 도중 2007년 2월 28일 목성에 역사상 최근접했다. 목성 궤도를 돌면서 소위 ‘스윙바이(Gravity Assist)’ 기동을 통해 3개월치 동력을 저장했다.

이어 토성(2008년 6월 8일)과 천왕성(2011년 3월 18일), 해왕성(2014년 8월 25일) 등을 차례로 스쳐 지났다. 뉴호라이즌호는 대부분 동면 상태에 있었다. 전력을 아끼기 위해서다. 1주일에 한 번씩 ‘평화로이 동면 중’임을 알리기 위해 신호를 보내는 정도였다. 1년에 50일은 궤도 확인, 기기점검 등에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동면 상태에서 깨어나 지난 1월 본격적으로 명왕성을 찾아 돌진했다.

▲ 명왕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뉴호라이즌호 상상도. 이미지 출처: APL.

◆새롭게 밝혀진 사실

뉴호라이즌호가 명왕성을 최근접 비행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명왕성에 대해 새로운 지식이 무더기로 확인되고 있다.

먼저 명왕성의 크기. 고성능 카메라 ‘로리(LORRI)’가 찍어 보낸 명왕성의 모습은 기존 추정치보다 훨씬 큰 지름 2370㎞의 왜행성이다. 지구의 18.5% 크기다. 사진 속 명왕성은 또한 표면에 지름 약 1600㎞의 하트 무늬를 띄고 있다.

또, 이번 탐사 결과 명왕성에는 1억년 이내에 생성된 높이 3500m의 얼음산이 발견됐다. 꼭대기에 물이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돼 ‘과연 생명이 있을까’ 하는 해묵은 호기심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명왕성의 가장 큰 위성인 ‘카론(Charon)’은 지름 1208㎞로 추정되고 있다. 표면에는 지구의 달처럼 표면에 분화구(Crater)가 확인됐다. 다른 위성인 히드라(Hydra)와 닉스(Nix), 케르베로스(Kerberos), 스틱스(Styx)의 비밀도 풀 수 있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 명왕성의 최대 위성으로 알려진 카론(Charon) 사진. 지질 구조가 뚜렷하다. 이미지 출처: NASA.

◆태양계 실마리 풀릴까

앞으로 1년 4개월 정도 지나 명왕성 임무를 마친 뉴호라이즌호는 ‘카이퍼 대(Kuiper Belt)’ 탐사 임무를 시작한다. 카이퍼 대는 태양계 명왕성 궤도 밖에 있는 도넛 모양의 얼음과 운석의 집합체.

태양으로부터 약 30~50AU(천문단위) 거리에 있다. 태양계의 생성 실마리를 풀어줄 단주기 혜성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뉴호라이즌호의 수명은 약 20년. 메인 컴퓨터와 통신장비 등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이상 망망한 우주를 순항하며 더 많은 과학 계측 정보를 지구에 전송할 예정이다.

뉴호라이즌호보다 앞서 태양계를 벗어난 우주탐사선은 보이저(Voyager) 1호와 2호, 파이오니어(Pioneer) 10호와 11호 등이 있다. 보이저 1호와 파이오니아 10호는 뉴호라이즌호 현재 위치보다 훨씬 더 먼 지점에서 지구로 송신한 전례도 있다.

뉴호라이즌호의 활약은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APL) 홈페이지(pluto.jhuapl.edu)에서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

뉴호라이즌호에는 1930년 명왕성을 최초로 발견한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의 공을 기리기 위해 톰보의 유해가 담긴 알루미늄 통이 실려 있다.

25센트짜리 동전도 들어 있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명계의 뱃사공인 ‘카론(명왕성 최대의 위성 이름)’에게 바치는 배삯이다.

뉴호라이즌호의 두뇌는 소니의 1994년 첫 발매작인 ‘플레이스테이션(PS)’의 CPU(모델명: MIPS R3000)와 같은 것이다.

명왕성은 뉴호라이즌호 발사 해인 2006년 8월 왜소행성이 되면서 태양계 9번째 행성의 지위를 잃었다. 소행성 ‘에리스’의 지름 약 2400㎞보다 작은 2300㎞ 정도라는 예측이 주원인이었다.

이번에 실제 크기가 그 정도로 작지는 않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복권’이 될 지도 관심사항이다. 태양계 행성 중 유일하게 미국인이 발견한 것이라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