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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또 한바탕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도대체 도민을 무엇으로 보고 염치없는 짓을 계속 하는지 분노가 치민다. 특히 이번 제2회 추경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로 위축된 지역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조기 추진됐다. 그러나 예산심사 과정은 언제 메르스가 있었느냐는 듯 진지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추경은 당초 예산 3조8194억원보다 3139억원(8.2%) 증가한 4조1332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하지만 지난 28일 도의회는 예결위가 메르스관련 관광활성화를 위한 홍보마케팅 예산 60억원 등 모두 112억6996만원을 삭감해 이를 가공용 감귤수매가격 차액보전 40억여원 등으로 증액했다.
도의회가 집행부의 예산안을 심사해 적정 범위에서 감액하고 증액하는 것은 고유영역이어서 탓할 일이 아니다. 집행부도 감액과 증액이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도의회가 지역구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을 증액시키는 것은 혈세 낭비에다 예산집행의 형평성 유지 면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 예결위가 도지사에게 동의를 요구한 추가 예산에 다수의 특정마을 추석맞이 노래자랑, 특정인 대상 제수용품, 특정단체 일회성 또는 회원단합 지원 예산이 포함된 게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가공용 감귤가격 차액 보전은 감귤농가의 절실한 바람이므로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메르스 사태 이후 관광홍보 예산 60억원 전액을 삭감해 선심성 예산 등으로 추가한 것은 도 모 실장의 지적대로 의회의 ‘몽니’에 다름아니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지난 연말 본예산안 중 1682억원을 의회가 삭감하면서 격렬한 감정싸음으로 비화됐다. 지난 3월 제1회 추경이 확정될때까지 도민들이 본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제주도와 도의회는 ‘설마 다시는 예산전쟁을 하지 않겠지’ 생각한 도민들을 또다시 실망시키고 말았다.
제주도는 도의회가 요구하는 예산증액이 큰 물의가 없다면 동의해 주고, 도의회는 지역구 선심성 예산이 아닌 제주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예산이 되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더 이상의 무모한 예산싸움은 도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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