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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지연 책임을 불법 시위단체에 물어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실제로 실행에 옮길 경우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시공업체는 해군기지 반대 시위 때문에 공사가 1년 이상 늦어졌다며 추가 비용 360억원을 정부에 요구해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273억원을 배상받게 됐다.
문제는 정부가 추가 공사비를 업체에 지급한 뒤 그 전액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공사를 방해한 마을 주민과 반대단체들에게 물리겠다고 한 점이다. 혹여 남은 공사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한 엄포용이라면 모를까 진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방해 시위였으나 구상권이 청구되면 구상권과의 전면 투쟁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미 정부의 구상권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해군기지 건설 반대 단체들은 3일 성명을 통해 “죄 없는 강정 주민들에게 덮어씌우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공사 지연을 전적으로 공사 반대 단체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실제 공사가 지연된 이유는 해군과 시공사의 불법·탈법 공사 때문”이라며 오탁방지막 훼손 등 불법 공사로 인해 제주도로부터 9차례나 공사 중지 통보를 받은 사실을 그 예로 제시했다(본지 8월4일자 4면).
공사 지연으로 인한 배상금에 대한 구상권을 불법 시위단체에 청구하겠다는 정부의 처지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나 불법공사로 공사가 중지됐던 적도 있었던 만큼 반대 단체에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감정에 치우친 면이 있는 구상권 문제를 재검토하고, 해군기지 반대 단체도 건전한 시위로 구상권 청구의 명분을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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