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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만능주의는 인간을 법의 노예로 만든다. 행정·사법 등의 업무가 원활하지 않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법을 제정하면 세상은 각종 법으로 뒤덮여 숨을 쉬기조차 힘들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도 마찬가지다. 단체장이 지방의회와의 업무가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해서 또는 각종 민원이 잇따른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제도를 만들면 행정조직 역시 조직만능주의에 빠져 공무원들이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현안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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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원 도정이 내세운 소통과 협치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도의회와의 예산싸움에서 보았듯이 소통행정은 사실상 실종된 상태이며, 협치도 무엇이 협치인지 아직까지도 그 뜻을 모르는 도민이 더 많다. 제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요술방망이가 아님을 원 도정만 몰랐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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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문제는 원 지사가 직접 나서서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일이지 다른 누가 나선들 해결되기 어렵다. 갈등 요인 자체가 도의원 재량사업비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데, 갈등조정정책보좌관을 둔다고 풀릴 것으로 본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원 지사는 정무부지사를 둔 까닭을 망각해선 안 된다. 예산정국을 원만히 이끄는 일과 함께 자신의 정책이 도의회에 충분히 전달돼 도의원들의 협조를 얻어내도록 하는데 정무부지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도의회와의 갈등을 갈등조정정책보좌관을 둬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즉각 접어야 한다. 도지사 본인과 정무부지사도 풀지 못하는 도의회와의 예산갈등을 일개 보좌관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원 도정의 무책임하고 한심한 발상, 기가 막힐 노릇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많은 민원이 도지사실로 집중되고 있다지만, 그것이 또다른 제도를 둘 이유는 못 된다. 이런 현상은 전임 도정 시절에도 있었던 일로 기존 체제 내에서 현안들을 해결해 왔다. 지금 원 지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스스로 마음을 비우고, 있는 기구를 원칙대로 활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