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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그런 현실을 벗어날 희망이 쉬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밝은 내일을 확신할 수 있다면 용기와 인내로 이를 감내할 수 있을 테지만 실의와 상실의 아픔만이 곳곳에서 보이고 들릴 뿐이다.
위기는 기회라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서 진정 걷어내야 할 것은 사고의 거품이다. 아무리 예쁘고 화려한 포장지더라도 그것은 포장지일 뿐 벗겨내면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알맹이는 볼품없으면서도 포장만 번드르르하게 치장하고 그것에 정신을 앗긴 우리의 의식과 정서 탓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이 물질만능주의에 젖어버린 탓이 크다. 부와 권력이 사람의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처럼 되어버린 탓이다.
진실과 허구를 생각해 본다. 그만큼 요즘 세상은 온통 포장된 것으로 뒤범벅이 된 탓이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어정쩡한 말이 자주 등장한다. 드라마, 음악, 코미디, 쇼 그 모든 것들이 예능 프로그램의 하나일 텐데 눈치껏 해석해 보면 요즘 유행하는 토크쇼에 나와 개인기도 자랑하고 말솜씨도 자랑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말하는가 싶다.
가수로 등장한 사람이 어느 날 탤런트가 되고, MC가 되고, 개그맨이 되는 게 조금도 어색할 게 없는 세상이다. 말이 좋아 만능이지 결국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깊이 있게 무게 있게 이루어낼 수가 없는 마치 잡화상 같은 존재에 다름 아니다. 그 토크쇼라는 것도 알고 보면 작가가 써준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라 하니 자신이 갖춘 개성은 온데간데없고 따지고 보면 허수아비의 인형극 같은걸 보고 있는 꼴이다.
아이돌 댄스그룹인 빅뱅이 펴낸 책이 요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3주 만에 23만부가 팔려나갔다니 대단한 기세다. 그 내용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먼저 떠올려지는 것은 잠잘 시간도 모자랄 만큼 바쁜 일정에서 과연 어떻게 짬을 내어 글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그 역시 돈벌이를 염두에 둔 사람들의 기획에 의하여 작가들의 글 솜씨로 만들어진 또 다른 예능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치질 못하겠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며 본질인지를 알 수가 없는 세상이다.
고급차를 타고 멋진 양복을 입어야 대접 받는 세상. 사실은 종이쪽지일 뿐인데도 명함 한 장을 보고서는 상대방의 신분을 믿어버리는 세상. 직업을 보면서 업신여기거나 거들먹거리는 세상. 실력이나 능력이 아니라 외모가 입사의 선결 기준이 되는 세상.
정치인들의 말씀을 잘 귀담아 들어보면 단박에 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이며 거짓말을 거침없이 내뱉으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후안무치의 전형을....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환경이 날로 훼손되고 오염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겨나는 불신과 오만과 편견 같은 것들이다.
늘 보고 듣다보면 절로 눈에 익기 마련이고 당연하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관심을 끌기 위하여 자극적인 것들을 찾다보니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막말과 독설로 범벅이다. 게다가 이제는 막장드라마가 유행이다. 폭력과 불륜이 온통 도배된 그런 드라마를 보면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만들어낼 결과는 막장인 세상이 되고 마는 게 아닐까?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심지어는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죽인다. 도대체 누구를 믿을 것이며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지금이 그 그릇된 사고와 행동의 거품을 벗겨내고 벗어나 잃었던 우리의 본디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적 풍요에서 얻을 수 있다는 사고와 행동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야 한다. 허상을 쫓으며 이에 매달리는 곡예를 즐길 게 아니라 스스로 참되기를 노력하는 자세로 고통을 감내하려는 각오를 지니고 말이다. 물질은 순간의 즐거움을 줄 지 모르지만 정신은 깊고 짙은 향기로 오랜 행복을 준다.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든 뻥튀기처럼 부풀려진 세상을 보고 살 수밖에 없다.<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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