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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명작은 거저 붙여지는 타이틀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아니 수년만에 공연장을 찾았다.
제주아트센터가 기획공연으로 마련한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공연이 있어서였다.
토요일인 지난 19일 오후 3시. 그동안 뮤지컬 ‘명성황후’의 명성이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어서인지, 공연이 예정된 제주아트센터 주변에는 몰려드는 차량과 인파로 북적북적 댔다.
제주에선 보기드문 현상이었다. 이를 예상이라도 한듯 제주아트센터 관계자들은 주변 교통정리에서부터 공연장 내부에선 공연 시작 전 휴대폰을 정리해줄 것을 안내하는 등 요원들도 저마다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이 공연을 위해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진행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자리를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 죽이고 공연을 지켜보는 분위기였다.
장대한 스케일도 그랬지만 짜임새 있게 꾸려진 무대는 관객들의 눈을 한시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숨죽여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관객들 중에는 대목대목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울컥울컥 남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감정이입으로 장면장면마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등 이날 공연장은 말그대로 연기자들과 관객들이 하나되는 모습 그대로였다.
과연 이런 공연을 제주지역에서 언제 볼 수 있었던가. 감동으로 젖어든 눈시울을 훔치고 공연장을 나오면서 일순간 무언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소모성, 선심성 예산을 퍼주기보다는 ‘명성황후’ 같은 공연 다운 공연, 피와 땀이 서린 명작을 자주 접하면서 도민들도 다른 지역 못지않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제주가 되면 어떨까 하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명작이었고, 예술이었다.
창작이었고, 교훈이었다.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 연출 윤호진 감독과 명성황후 역을 맡은 김소현, 신영숙 주연을 포함한 출연진 모두에게 빡빡한 일정속에도 흔쾌히 제주를 찾아 이번 공연을 해준데 대해 정말 감사드린다.
이번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남몰래 발품을 팔아온 제주아트센터 김연옥 공연운영담당 등 관계자 분들께도 정말 고생했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생에 몇번 접할 수 없는 명작중 명작 공연이었다.
/이기봉 기자 ya9bal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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