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각종 건설공사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건설업자로부터 감독차량과 유류 등을 제공받는 등 비리를 저지르다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관련 공무원들은 공사현장에 매일 나간 것처럼 속여 출장비 1억여 원을 받아 직원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지방경찰청 수사과는 각종 건설공사와 관련 지난해 11월부터 수사를 벌여 공무원 11명을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23일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 대상자는 제주특별자치도 1명을 비롯해 제주시청 5명, 서귀포시청 5명 등이며, 직급별로는 행정시 과장급인 5급 사무관 3명, 계장급인 6급 7명, 실무담당자인 7급 1명이다.

도청 공무원 Y씨(47)는 2005년 8월부터 총 공사비 160억원을 투입해 진행 중인 번영로 확장공사와 관련해 공무원감독차량과 유류를 제공받아 사무실 직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직원들과 매일 공사현장 감독을 나간 것처럼 속여 출장비 명목으로 4100만원을 받아 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다.

조사결과, Y씨는 업체에 지급되는 시설비 설계내역서에 감독차량비 등을 포함시킨 뒤 다시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똑같은 방법으로 제주시청 공무원 K씨(49) 등 3명은 2005년 6월부터 시행 중인 도시개발사업기반시설공사와 관련해 모두 3900만원, 제주시청 M씨(54) 등 2명은 2005년 7월부터 2년 동안 진행된 하수관거공사와 관련 3600만원을 받아 불법 사용한 혐의다.

서귀포시청 Y씨(47) 등 3명 역시 지난해 말 종료된 농어촌도로 확장공사와 관련해 7300만원을, 같은 서귀포시청 Y씨(39) 등 2명은 지난해 7월 마무리된 문화재정비사업과 관련 업체에 차량비와 유류티켓을 요구해 58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경찰청 윤영호 수사2계장은 수사 브리핑을 통해 “공무원들은 시설설계내역서에 감독차량비를 포함시켜 시공업체에 지급해 주고 이를 다시 차량과 유류티켓으로 되돌려 받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윤 계장은 이어 “감독차량비를 공무원들의 편의와 사적 이익만을 앞세워 불법 사용함으로서 지방재정에 큰 손실을 끼쳐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그 동안 공무원 87명을 소환 조사 했으며, 공범은 3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지자체 및 감사위원회에 사건관련자 전원에 대해 신분상 조치 및 차량을 모두 반환조치하고, 재발방지와 재정운영방안을 강구토록 요청했다.

반면 경찰은 2004년 이후 확인된 사실 전부(48건)에 대해 수사할 경우 대상자 수가 많아 공직사회에 미칠 파장이 큰 점을 고려, 실제 감독차량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등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만 사법처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