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올 한해 추천도서로 소개하지 못해 아쉬웠던 ‘놓치기 아까운 책’ 7종을 선정·발표했다.

 

선정된 책은 옛 미술을 대상으로 곡선과 직선, 압축과 은유, 강박과 탐미 등 핵심적인 키워드를 통해 한중일의 기저 문화를 상세히 설명한 ‘한중일의 미의식’(지상현/아트북스),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올해가 가기 전 꼭 읽어볼 만한 세계사 차원에서 태극기의 모든 것을 소개한 ‘우주를 품은 태극기’(이현표/코러스), 인류의 욕망, 공기가 지닌 매력과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문화적 고찰을 담은 ‘신비롭고 위험한 공기’(피터 애디/임지원/반니) 등이다.

 

 

 

■한중일의 미의식

지상현 | 아트북스 | 2015.8.5.발행 | 368쪽 | 20,000원

 

지형적·문화적으로 가까운 한국, 중국, 일본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서로의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융합의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세 나라가 가진 문화의 본질에는 엄연한 고유성이 있다. 저자는 오랜 세월에 걸쳐 해당 민족의 성정에 맞게 조금씩 다듬어져 온 세 나라의 옛 미술을 대상으로 곡선과 직선, 압축과 은유, 강박과 탐미, 혁신과 통합, 무심함과 이중성 등 핵심적인 키워드를 통해 한중일의 기저 문화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지적인 충일감을 줄 뿐 아니라 만듦새가 단단하고 균형 잡힌 책이라 더 끌린다. 아름다움은 눈만 즐겁게 하는 게 아니라 뇌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미술과 디자인 심리학을 연구해 온 저자이니 만큼 책 만드는 과정에도 편집자와 호흡을 같이했을 것 같다. 선 하나, 글자의 크기, 도판의 앉음새, 어느 것 하나 섣부른 게 없다. (강옥순 한국고전번역원 출판부장)

 

 

 

■우주를 품은 태극기

이현표 | 코러스 | 2015.10.15.발행 | 310쪽 | 16,000원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올해 출간된 ??우주를 품은 태극기??는 태극기가 국제무대에서 처음 사용된 1882년부터 6.25전쟁의 포성이 멎던 1953년까지 70여 년 동안 주로 해외문헌에 실린 태극기에 관한 글과 사진을 매우 광범위하고도 사실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태극무늬에 담긴 철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약육강식의 제국주의가 휩쓸던 시기에 한 약소국의 국기에 불과하던 태극기가 서양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왜 태극기 문양을 상품광고의 도안으로까지 사용하였을까? 20세기 전반 이미 망해 없어진 나라의 국기임에도 서양 사람들은 왜들 그렇게 태극기에 깊은 관심을 보였을까? 태극기의 역사는 과연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이 책은 아마도 태극기를 세계사 차원에서 천착한 최초의 도서일 것이다. 읽기 쉽고 유익하고 재미도 넘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볼 우수 교양서이다. (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걱정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이유

줄리 K. 노럼/임소연 | 한국경제신문 | 2015.5.8.발행 | 236쪽 | 13,000원 

 

긍정심리학, 긍정신학 등 긍정의 논리가 넘쳐나고 있는 우리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맞서서 의심하고 걱정하는 삶의 태도가 오히려 득이 된다는 점을 조곤고존 설득력 있게 말해주고 있는 책이다. ‘부정적 사고의 긍정적 힘’이라는 역설적이고 이단적인 원제목은 이 책이 단지 긍정적 사고의 위험성만을 경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미래에 대해 좋게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혹시 있을 위험에 대해 적절한 범위 내에서 걱정하고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살아가는 방법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잘 맞는 절대적인 만능키란 없다. 오른손이 잘 맞는 사람은 오른손잡이가 되면 되고 왼손이 잘 맞는 사람은 왼손잡이가 되면 된다.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태도가 자신에게 잘 맞으면 낙관적으로 살아가면 된다. 반면 늘 걱정이 잘 없어지지 않는 사람은 억지로 그런 걱정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합리적으로 걱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이득이 된다. 이런 방어적 비관주의를 채택하는 사람은 건강하게 걱정하고 꼼꼼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실수도 적고 불의의 재난이나 예상치 못한 사태에 늘 준비가 되어있는 신중한 삶을 살 수 있다. 긍정은 곧 선이고 부정은 곧 악이라는 근거 없는 고정관념을 깨고, 낙관적이어야 마땅할 때는 긍정의 마음을, 경계해야 마땅할 때는 의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용의 길이 아닐까? (이진남 강원대 철학과 교수)

 

 

 

 

■신비롭고 위험한 공기 

피터 애디/임지원 | 반니 | 2015.5.26.발행 | 288쪽 | 15,000원

   

공기의 과학적 측면뿐 아니라, 역사 및 사회적 의미까지 두루 살펴본 책이다. 사실 우리가 지금 숨 쉬고 있는 공기가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근대 과학의 여명기에 과학자들이 공기의 성분과 특성을 분석하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같은 과학적인 내용은 이 책에서 그저 서론 부분에 해당한다. 저자는 공기를 정복하고 더 높이 날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서 비행선을 비롯한 온갖 기계를 발명하고자 애썼던 사람들, 산업화가 낳은 지독히도 축축하고 끈적끈적한 공기로 뒤덮여 있던 썩고 곪아가던 19세기 도시, 헐떡거리는 숨소리로 가득한 전선의 참호 속 공기와 고문 시설의 숨이 막힐 듯이 갑갑한 공기가 가득하던 끔찍한 세계대전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공기와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또 이 책에는 인간의 온갖 감정과 분위기를 공기를 통해 묘사한 문학과 미술 작품, 공기가 점점 오염되어 갈 때 신선한 공기가 지닌 힘을 알아차리고 공기를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 공기가 어떤 식으로 치명적인 감염병을 퍼뜨려 왔는지를 알아내고 공기를 격리하고 통제하려고 한 시도들,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굴뚝의 연기로 화한 이들, 9.11 테러 당시 콘크리트 및 금속과 더불어 한 순간에 공기로 변한 희생자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때로는 공기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때로는 공기를 멀리하기 위해 애쓰는 인류의 욕망, 공기가 지닌 매력과 위험성 등을 차분하게 그린 책이다. (이한음 과학 전문 저술·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