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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도남동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 근린공원에 위치한 비석. 목사 허명을 기리는 송덕비(점선)는 가운데 있었으나 문중에서 관리 차원에서 가지고 갔다. 제주도와 제주시는 문중과 협의해 이 비를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제주해녀공원 내로 옮겨 관리할 계획이다. ⓒ제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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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말로 ‘허맹이 문서’는 ‘쓸모 없는 문서’, ‘효력 없는 증서’를 뜻하는 말이다. 오직 제주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인데 그 어원이 재밌다.
강영봉 제주대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이 표현은 허명(許溟)이라는 목사가 백성을 바르고 어질게 잘 다스렸다는 정치에서 비롯한다.
‘탐라기년(耽羅紀年)’에는 “이 해(1814년) 목사 허명은 잠녀가 미역을 채취하고 내는 수세(水稅)를 폐지하고 자신의 돈 900량을 공용으로 보충하니 허명(許溟)의 치정(治政)을 백성들은 청백(淸白)의 덕이라 칭송하여 비를 세웠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허명 목사가 어려운 잠녀들을 대신해 수세를 내주었으니 세금을 내고 받는 증서(제주어로 ‘페지’)는 쓸모가 없어졌다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란 것이다.
1년 남짓 짧은 부임 기간 동안 제주해녀들의 아픔을 달랜 조선시대 허명 목사 송덕비 ‘허명 휼민청정비(許溟 恤民淸政碑)’가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의 아픔을 달랜 목민관으로서 공직사회의 모범이 될 전망이다.
이 비석은 몇 년 전 현재 제주시 도남동 제주지방종합청사 남편 근린공원으로 옮겨진 지 방치된 상태로 놓여 있었다. 이를 안타까이 여긴 허 목사의 문중에서는 이를 가져가 직접 관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인문학적 가치를 알아본 전문가들과 시도청의 설득작업으로 향토문화유산 지정을 추진 중이다. 문중에서 해녀박물관으로 이전을 요청해 그 뜻을 존중할 생각이다. 해녀와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내 비석이 너무 많아 그동안 관리에 소홀했던 면은 있다”면서 “이번에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 관리의 범위 안에 들어오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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