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설로 인해 중단됐던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면서 멈춰 섰던 제주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면적인 재해대책으로 일상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국제관광도시’ 제주도의 체면 살리기에 전력을 다해 어느 정도 결과를 얻었지만 아쉬움도 많다는 지적이다.

 

25일 오후 8시까지로 연장됐던 제주공항 운항제한이 낮 12시로 앞당겨지면서 관광객 이동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제주공항은 공항에 체류 중인 항공기 34대에 대한 제·방빙 작업을 완료 오후 3시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 제주도 체류 여행객의 조속한 수송을 위해 항공사 수송계획과 연계해 도착공항(인천, 김포) 심야시간 운항제한 해제와 더불어 공항철도, 지하철, 공항리무진 등의 연장·추가운행 계획도 마련해 시행했다.

 

오후 3시부터 비행기 운항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관광객들이 공항으로 몰려들면서 제주공항은 입구부터 혼잡을 빚기 시작했다. 제주경찰과 자치경찰은 이에 주요 사거리에서 차량 흐름을 관리했다. 공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대기표를 받거나 여유표 확보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면서 3층 출발장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가 됐다.

 

25일 오전부터 전날 제설작업의 영향으로 눈이 녹으면서 24일보다 많은 차량이 거리로 나왔지만 별다른 교통혼잡은 생기지 않았다. 도로 곳곳에선 폭설에 버리고 간 차량들로 가득했다. 끊어진 스노우 체인도 자주 눈에 띄었다.

 

제주시민 양 모씨는 “폭설에 아예 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는데 승객이 너무 많아 서지도 않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양 씨처럼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는 운전자가 많다 보니 눈이 발목 높이 넘게 쌓여 자기 차를 찾는 데 애를 먹는 경우도 생겼다.

 

사흘에 걸친 폭설과 강풍으로 인해 도내 곳곳에 농작물은 물론 수도 동파, 정전 등의 피해도 잇따랐다.

 

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5일 오후 4시 현재 대설과 풍랑, 강풍, 한파로 인한 피해는 23건(공공시설 7건, 사유시설 16건)에 추정 피해액만 10억7000여만원(7억4000여만원, 3억3000여만원)에 달했다. 제주시 봉개매립장은 침출수저류조 돔시설 지붕이 붕괴하면서 7억3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한경면 용수리 포구내에선 어선(4.5t급 FRP)이 파손돼 8000만원의 피해가 났다.

 

23일 이후 정전피해를 입은 가구는 2022가구로 집계됐다. 구좌읍 김녕리 양어장에도 정전으로 인해 광어 10만4000미가 폐사하는 대형 피해를 입었다. 수도계량기 동파신고는 251건, 수도관 동결로 인한 급수불편 민원은 1227건에 달했다.

 

전 기관에서 공무원들이 동원돼 재해대책 활동을 펼쳤지만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제주시민 김 모씨는 “눈이 쌓이기 전 미리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 조치를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설차량을 보지를 못했다”는 볼멘소리도 많이 나왔다.

 

본격적으로 폭설이 내리기 시작한 23일 월동장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차량을 운전해 사고와 교통혼잡을 빚은 운전자들도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에선 “폭설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자기 집의 빈방을 내어준 도민들의 훈훈한 일화도 전파되고 있다.

 

한 여행사 대표는 “국제관광도시로 제주의 이미지를 살리려면 재난재해 때 대응을 적절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와 제주도관광협회는 공항 체류객 불편해소를 위해 공항인근 사우나와 연계해 입장료 할인, 무료 셔틀버스 운행 등 관광객 편의제공에 나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번 폭설과 한파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민생현장의 피해와 불편 사항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데 민간단체 등과 함께 전 행정력을 동원해 총력대응하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 4·5·6·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