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주민이 늘고 있는 제주사회도 설 쇠는 풍경이 많이도 달라졌다.

 

송 모씨는 이번 설을 다시 서울 시아주버니댁에서 보낸다. 2012년 시아버지가 별세한 뒤 남편을 포함한 8남매가 어머니와 협의한 ‘역귀성’이다. 경인지방에만 3명, 부산에도 2명이 흩어져 살다보니 서울 시아주버니댁이 오히려 가족들 모이기가 수월해서다. 사촌조카들까지 모이면 30명, 이동비용 계산기만 두드려 봐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역귀성을 하면서 편한 점은 차례상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시어머니가 시골에 계시다 보니 명절에 시댁에 갈 때마다 손님상 차리는 게 만만치 않았다.

 

두 아들도 서울행을 반긴다. 명절 한 달 전부터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명절 때 각종 콘서트와 전시회 정보를 챙긴다.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에 ‘서울 나들이’가 겹치기 때문. 이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방학을 맞아 집에 와 있는 큰아들도 다르지 않다.

 

단점이라면 4명이 움직이다 보니 경비가 많이 든다는 점. “비행기삯이며 선물값 등 하면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송씨는 귀띔했다.

 

조 모씨는 부모님과 함께 부산 형님댁에서 명절을 지낸다. 부모님이 연로해서 집에서 음식을 차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아버지가 조카들한테 항상 ‘제주를 잊지 말라’고 하신다”는 조씨의 말에 그래도 역귀성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은 눈치다.

 

제주 이주민들도 고향을 찾아 제주도를 떠나긴 마찬가지다. 직장인 박 모씨는 “많이는 못 벌어도, ‘시집가라’는 소리를 들어도 집은 집”이라며 오늘(5일) 서울 본가로 향한다.

 

장 모씨는 이번 설은 제주에서 지내기로 했다. 설 다음주 부모님이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홀로 설’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설 연휴를 이용해 친구들이 대거 찾아오기로 해서다. 장씨는 “괜히 ‘집에 안 간다’고 얘기했나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장 씨의 친구처럼 명절 때 일부러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들로 귀성은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도 생겼다. 도내 한 게스트하우스 매니저인 박건희(가명) 씨는 오히려 설이 더 바쁠 때다.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제주도를 찾는 젊은 여행객으로 모든 방이 예약됐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르게 쇠는 설이지만 ‘좋은 날을 가족과 함께한다’는 따뜻한 정서는 여전하다. 그러면서도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씁쓸한 모습도 엿보이는 이번 설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