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서 농사를 짓는 이 모씨(47)는 지난 19일 자신의 무 밭 3300여㎡를 트랙터로 갈아엎었다.

 

무 농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이씨가 농작물을 포기한 것은 수확을 해도 씨앗 값도 남지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 대정읍농민회는 상모리 무 밭에서 월동무 냉해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달 제주지역에 내린 폭설과 한파로 무가 얼었다가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흙 밖에 노출된 무의 꼭지부터 썩어 내려앉고 있다.

 

이씨는 “상태가 이렇다 보니 무를 팔 수도 없다”면서 “세척비는 고사하고 수확하는 데 드는 인건비도 못 건져 밭을 갈아엎게 됐다”고 말했다.

 

세척 공장으로 보내면 상품 가치가 없다며 되돌아오기 때문에 인건비 등을 따지면 수확을 할 수록 적자다.

 

무 거래 가격을 묻는 질문에 그는 “무를 보통 컨테이너 박스에 담아 넘긴다”면서 “어떤 컨테이너는 550원에 또 어떤 것은 0원이라 아예 팔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답했다.

 

최근 한파로 피해를 입은 농가를 지원해 준다는 말에 읍사무소를 찾았지만 지원 내용을 듣고 실망감만 얻고 나왔다며 헛웃음을 날렸다.

 

그는 “읍사무소에 가봤더니 평당 280원을 이야기 하더라. 3300㎡(1000평)면 28만원 받는 거다”면서 “(상품) 인도비만해도 1500원씩 모두 150만원, 세척비에 52만원이 든다. 무슨 어린아이 사탕 값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 안될 소리”라고 말했다.

 

지원을 받아봤자 씨앗 값도 안된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어 “(농사) 하지말라는 거다”면서 “값이 오르면 수입해서 들여오고 피해를 입으면 모른척하고 나처럼 무 농사만 많이 하는 농민들은 어쩌라는 거냐”고 되물었다.

 

이 같은 피해 농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땅속에서 자라는 농작물은 폭설 후 15~20일이 지나면서 피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씨는 “몇명만 피해를 보는거면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알기론 서부지역에 있는 무 세척공장 대부분이 다 멈춘 상태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성권 대정읍농민회장은 “농협에 따르면 대정지역의 무 재배 농지는 330만㎡(100만평)”이라면서 “이 중 20%는 팔리고 나머지 80%는 아직 판매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판매되지 않은 무가 심어진 농지 80%의 대부분이 썩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농협을 통해 알려진게 이 정도고 집계되지 않은 피해 농가도 많다”면서 “대정읍 일부지역은 아직 파악도 못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가 14일까지 월동무 피해 접수를 받은 결과 제주시는 120ha, 서귀포시는 110ha 등으로 500여 농가(230ha)의 무 밭이 피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