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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전국 일간지에 ‘지휘자의 독재’ 그리고 ‘지휘자는 억울하다’라는 제목의 두 개 칼럼이 하루 격차로 실렸다. 정명훈 전 서울시향 지휘자가 자리를 떠난 후의 글이지만 마치 제주합창단 사태의 양 쪽 주장을 요약한 듯한 제목이었다. 두 칼럼 제목을 보고나서 도립 제주합창단과 서울시향 사태를 한 번 비교해봤다.
우선 지휘자에 대한 폭로로 여론전을 펼친 점이 닮았다. 서울시향의 경우 ‘단원 성희롱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박현정 전 시향 대표가 정명훈 지휘자를 배후로 지목했다. 제주합창단은 일부 단원이 지휘자의 지도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익명으로 제보했다.
재밌는 점은 예술단원 대다수가 이와 반대로 지휘자를 옹호한다는 것이다. 서울시향 단원들은 정명훈의 마지막 공연에서 탄원서를 배포하며 지휘자 구명운동에 나섰다. 제주합창단은 수석·차석 단원 전원을 포함한 20여 명의 단원들이 도민의방에 모여 지휘자 관련 폭로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지휘자가 예술단의 실력을 끌어올린 점도 비슷하다. 정명훈은 부천시향에도 실력이 밀리던 서울시향을 아시아 톱클래스로 높였고, 조지웅은 전국에서 실력 있는 합창단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합창대제전에 제주합창단 단원들이 서도록 했다.
두 사태의 다른 점을 말하자면 입이 쓰다. 우선 사회적 관심과 파장의 정도가 현격하게 다르다. 둘째로 정명훈은 지휘자 재계약이 보류되자 무작정 떠났지만, 조지웅은 지휘자 실적평가 결과가 외부로 유출되는 모욕을 겪은 후에도 단원들을 지휘하고 있다.
가장 착잡한 차이는 예술단을 운영하는 행정시가 예술가를 대하는 태도다. 서울시는 정명훈에게 단원들의 해촉 권한을 줬고 그밖에도 시향을 이끌 총 권한을 일임했다. 반면 제주시는 지휘자의 권한은 빼앗고 책임만 짊어지게 했다. 제주합창단은 오히려 제주시가 지휘자에게 ‘행정평가’ 잣대를 들이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제주도가 세금을 들여 운영하는 도립예술단의 반복된 문제를 원 도정이 해결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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