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이 육지보다 비싼 제주도에선 중고품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본지 2월 17일자 6면 기사(이주민들 중고 가전제품 사려다 ‘울상’)를 보면 중고품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작업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예상했던 범위를 가뿐하게 넘는 중고품 가격에 지갑이 홀쭉해졌다”는 하소연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고품을 일반 중고품 매장보다는 싼 값에 거래할 수 있는 매장이 인기를 끌 만도 하다. 특히나 경기가 불황 상태를 보일 때는 이런 매장을 찾는 발길도 잦아질 만하다.

 

제주도에서도 중고품을 싸게, 혹은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감지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새로운 공간을 마련 중이다.

 

그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우리 주변에 활용할 수 있는 중고품 거래 공간은 어떤 곳이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도내 직거래의 극강

 

제주대학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 ‘아라광장’의 ‘아나바다 장터(www.jejunu.ac.kr/_html/ara/life/01.jsp)’는 도내에서 중고물품 직거래 극강의 온라인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휴대전화 같은 전자제품은 물론 가구나 자동차, 상품권에 원룸 같은 거주공간까지, 팔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올리고 거래가 이루어진다.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이니 말할 필요도 없다.

 

‘아나바다 장터’의 장점은 다양한 거래품목과 합리적인 가격이다. 개인간 직거래를 하다 보니 그만큼 중간과정에서의 수수료 같은 비용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판매자도 다채롭긴 하지만 학생들도 많다 보니 옮기기 어려운 물건 같은 경우 배달이 안 되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다.

 

온라인 공간을 통한 거래로 보자면 신문형태의 광고지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오일장’이나 ‘벼룩시장’이 예인데, 제주도에서는 누구나 ‘오일장’을 가장 애용한다. 종합광고지인 만큼 ‘없는 게 없다’고 할 수 있기에, 자기 관심 분야만 골라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오일장에 게재된 광고를 통해 연셋집을 얻은 경험이 있어 더 친근하다.

 

‘아름다운 가게(beautifulstore.org)’는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해 판매수익금을 나눔 사업에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내 곳곳에서 정기 혹은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플리마켓에서도 중고품을 거래하기도 한다.

 

 

◆새로운 형태의 공간

 

온라인 중고품 거래 사이트로는 우선 카카오가 지난해 인수합병한 중고 전자상거래업체 ‘셀잇(Sell it, www.withsellit.com)’이 있다.

 

‘셀잇’은 판매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이 판매할 제품사진을 올리면 국내 주요 중고품 거래사이트의 시세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자동으로 시세를 결정하는 시스템이 특징이다. 해당 제품이 2주동안 판매되지 않으면 ‘셀잇’이 직접 구입한다.

 

중고품 거래 절차의 복잡함과 사기거래 위험을 최소화한 사업모델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2013년 8월 설립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설립 후 1년이 지난 2014년 7월의 월간 거래액이 4000만원, 재판매율 40%를 기록한 이후 2015년 1월에는 총 누적거래액 10억원, 월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재판매율 역시 45%로 높아졌다.

 

‘개인거래의 최신판’을 내세우는 ‘터크&컴퍼니(Tuck&Company)’의 ‘헬로마켓(www.hellomarket.com)’도 있다.

 

‘중고부터 핸드메이드까지 개인들의 마켓’을 특징으로 한다. ‘간편하고 빠른 등록, 모바일 최저가 택배연동, 평균 3일 내 빠른 판매’ 등 편이성, ‘모바일 안전결제, 24시간 안전 모니터링, 전문CS센터 일대일 상담 서비스’ 등 안전성 등이 ‘셀잇’과 비슷하다.

 

다만, 2011년 8월 처음 모바일로 출시된 것을 생각하면 두 살 형이다.

 

 

◆제주도에 부는 새 바람

 

이렇게 다양한 중고물품 거래 공간 이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입된다. 앞서 소개한 공간들이 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서 개인들이 거래를 하는 것과 달리 오프라인에 공간을 두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개념이다.

 

기존 중고품 매장과 겹치는 부분은 있지만 실거래자 위주로 일종의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라이크오프(Like off)’라는 회사로 종합미디어회사인 ‘(주)라이크제주’의 김현승 대표가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일본의 유명한 중고품 매매 업체인 ‘하드오프’에서 아이디어를 빌렸다. 이를 운영하는 ‘하드오프코퍼레이션’은 1993년 주로 중고 가전제품을 거래하는 중고 점포(하드오프)를 시작한 이후 의류와 명품, 차량제품, 장난감 등으로 품목을 확대했다. 주류도 판매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현승 대표는 “일본이 장기불황에 들어간 이후로 중고품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한국도 최근 장기불황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어 시장의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이주민이 많은 제주도 특성에서 중고품을 판매하려는 욕구와 이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 ‘라이크오프’가 이를 사들이고, 구매자들이 이를 직접 사가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싸고 질 좋은 제품을 확보해 구매자들을 만족시키고, 공유경제 차원에서 재화절약과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