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김시종 시인이 아흔 가까운 자신의 생을 처음으로 풀어낸 자서전이다.

 

김 시인은 식민지 ‘황국소년’으로 맞이했던 8·15 해방과 남북 분단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과 갈등 속 남로당 활동, 제주4·3의 참혹함과 그 끝에 감행한 일본 밀항,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삶을 이 책에 술회했다.

 

 

특히 이 책에는 제주 4·3의 전개 과정에 대한 새롭고 상세한 증언이 실려있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태어난 김시종은 4·3사건에 휘말려 1949년 일본으로 탈출하기 전까지 소년 시절 대부분을 어머니의 고향인 제주에서 보냈다. 

 

또 그는 당시 남로당 제주도위원회의 여러 활동에 가담하고 한창 4·3사건이 벌어지던 시기에도 제주 성내에서 연락활동 등에 종사하며 4·3의 중심에 있었다. 

 

자신을 ‘4·3사건의 빚을 앞으로도 계속 짊어지고 살아야 할 사람’이라고 말하는 김시종 시인은 아내에게조차 숨김없이 털어놓지 못했던 4·3에 대한 이야기를 이 자서전에서 풀어냈다. 

 

이 책은 일본 이와나미 월간지 ‘도서’(圖書)에 2011년 6월부터 2014년 9월까지 3년간 연재된 글과 가필을 더해 완성한 책으로, 작가는 이 책으로 일본 아사히신문사가 제정한 문학상인 오사라기 지로(大佛次郞) 상을 지난해 받았다.

 

오사라기 지로상은 오에 겐자부로와 시바 료타로를 비롯해 제주4·3소설 ‘화산도’를 쓴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도 1984년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돌베개 출판사·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