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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날까. 두꺼운 외투를 봄이 온 줄도 모르고 입고 외출했다가 거추장스러워지는 어느 날, 봄은 첫사랑처럼 느닷없이 와서 벚꽃처럼 환하게 피어있다.
봄이 왔으니 봄을 탄다. 봄을 탔으니 봄바람 따라 떠나고 싶은 충동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 ‘KT 올레tv 무비스타 소셜클럽(이하 무스쇼)’이 봄의 이정표를 따라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제주 서연의 집.
이곳에서 183회분 촬영(방송 4월 6일~13일)을 마친 백은하 기자, 윤성호 감독, 유정숙 작가를 만나 멜젓으로 시작해 감수광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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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올레tv 무비스타소셜클럽 183회 촬영을 마치고 제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윤성호 감독(왼쪽), 백은하 기자, 유정숙 작가. |
그간 더 예뻐진 백 기자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련된 테이블에 앉으며 회식 장소가 정해졌냐고 묻는다. 유 작가가 흑돼지 집을 예약했다니 “육고기는 멜젓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란다. 멜젓이 뭐냐고 묻는 둘에게 불판에 올려놓고 고기를 찍어먹다 쫄면 소주를 붓는다는 설명까지 곁들인다.
한 번도 제주에 살아본 적 없지만 어머니가 제주 사람이라 배우 전문 기자라는 타이틀 뒤에 제주 전문이란 수식이 따라 붙는다. 그녀는 제주 하면 어머니가 징글징글해 하던 바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세분 모두 제주에는 무슨 일로 왔나.
유 ‘무스쇼’가 벌써 183회째를 맞는다. 때마침 ‘건축학개론’ 제작사인 ‘명필름’의 초대도 있어 봄특집 in 제주를 기획했다. 봄과 첫사랑을 얘기하기에 제주는 최적의 장소지 싶다. 제주는 봄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다. 촬영 장소도 서연의 집이라 이번 회는 첫사랑이 담긴 영화를 주로 다뤘다.
△2MC 체제에서 최근 3MC 체제로 바뀐 걸로 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유 작년 9월에 가을 개편이 있었다. 똑같은 포맷은 시청자들이 지루해한다. 지금까지는 백은하 기자와 배우가 진행해 왔는데, 연출자의 시선이 더해지면서 훨씬 더 풍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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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올레tv '무비스타소셜클럽' 183회를 제주 서연의집에서 촬영하고 있다. 제공=올레tv
무비스타소셜클럽?
올레tv를 IPTV 업계에서 돋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만든 숨은 조력자 ‘무비스타 쇼셜클럽(기획총괄 이창수)’은 백은하 기자, 윤성호 감독, 서준영 배우가 진행하는 올레tv 속 영화 안내 프로그램이다. 무스쇼는 단순 영화마켓 가이드를 넘어 MC들의 다층적인 작품 해석까지 볼 수 있어 통밥 있는 마니아층을 깊게 형성하고 있다. 제주 올레 tv 가입자는 약 12만명으로 백은하 기자의 말에 따르면 서울에서보다 제주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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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많은 감독 가운데 왜 윤성호 감독이었나
유 영화 ‘은하해방전선’으로 윤 감독님 팬이됐다. 제안 당시 MC를 거절했었다. 조르고 또 졸랐다.
윤성호 감독은 팬이라고 말하는 유 작가를 흘기며 고릿적 영화를 들먹이지 말라고 나무란다.‘은하해방전선’은 윤 감독을 세상에 알린 장편 데뷔작으로 그의 장기인 재기발랄한 코미디와 로맨스가 결합된 작품이다. 윤 감독은 호기심이 많아 하나의 장르에 구속되지 않는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웹 드라마’에 눈을 돌려 어느덧 그 분야의 개척자라 불리고 있다. 윤 감독이 만든 ‘출출한 여자’ ‘출중한 여자’ 등은 현재 가장 성공한 웹드라마로 꼽히고 있으며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기발하고 발칙한 창작자다.
"근데 요즘 제주는 경제특구 같아요.
제주도의 가치는 이어도인데…"
-윤 감독-
윤 소소한 코미디는 더 이상 극장에 가서 보지 않는다. 관객들이 원하는 극장용 스토리 프레임이 커진 것이다. 저는 소소한 코미디를 제일 잘 할 수 있고 좋아한다. 그래서 장편영화만 고집할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호흡이 짧은 웹드라마로 눈을 돌리게 됐다. 부산영화제에 참석해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IT 업계 관계자들이었다. 레퍼런스 드라마에 최적인 모바일 시장에 집중하다 보니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이 식었었다. 그런데 ‘무스쇼’를 진행하며 영화의 매력을 재발견 하고 있다. 작품과 배우에 대한 폭넓은 분석을 해주는 백은하 기자 덕분이다. 사실 요즘 그녀에게 배우고 있다.
씨네21 기자로 활동하다 2008년 ‘텐아시아’(당시제호 10매거진) 런칭해 최연소 나이로 편집장을 지낸 그녀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생각에만 머물지 않는 행동파다. 원빈이 아이스버킷 챌린지 다음 주자로 그녀를 지목했을 정도로 배우들과 친분이 두터운 백은하는 배우전문기자다. 그녀는 ‘무스쇼’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삶은 단순해질수록 행복에 가까워진다고 조언한다.
△인터뷰를 꺼리는 국내 정상급 배우들도 백은하 기자와의 인터뷰라면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스쇼’를 통해 맷데이먼, 탐크루즈, 카세 료 등 해외 유명배우들까지 만났다. 배우들이 선호하는 기자가 된 비결이 뭔가.
백 저는 배우에 대한 호감이 많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호감이다. 작품에 대한 가치 평가는 대부분 감독이 받는다. 배우는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 잘생겼다. 수트발 죽인다는 피상적 평가만 주로 이뤄지지 작품 비평 영역에서는 늘 소외된다. 연기 자체에 대한 가치 분석이 내가 하는 일이다. 사람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의 문을 쉽게 연다. 하고 있는 작업이 영화연기비평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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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건축학 개론(감독 이용주, 주연 엄태웅·한가인·이제훈·수지)’에서 주인공 승민이 첫사랑 서연을 위해 지은 ‘서연의 집(서귀포시 위미)’은 현재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승민의 작업실. 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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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쇼’는 영화 전문 프로다. 제주도민들에게 봄날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백 봄은 첫사랑과 닮았으니 건축학개론. 영화 세트였던 이곳(서연의집)은 주저하다 첫사랑을 놓친 20대의 반성과 회환으로 지어진 30대의 공간이다. 찾아온 사랑에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올봄 이 영화를 보고 그 X년(영화 대사) 꼭 잡길 바란다.
유 저는 트윈스터즈. 아픔마저도 삶의 눈부심으로 바꿔주는 모양새가 봄이 하는 짓이랑 닮았다!
윤 저는 카트. 역시 봄에는 노동자들과 카트를 봐야 한다. 왜냐하면 제주 출신의 부지영 감독이 만들었으니까. 근데 제가 만난 제주 사람들은 다 얼굴이 동글했던 것 같아요. 부지영 감독도 그렇고, ‘써니’ 연출한 강형철 감독, ‘지슬’의 오멸 감독, ‘프로듀서 101’의 강민아양, 고두심·혜은이 선생님들도. 어라? 진짜 그러네?
윤성호 감독의 재밌는 발견에 한동안 제주도 사람 특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람들 첫얼굴은 무뚝뚝한데
끝얼굴의 미소가 인상에 남아요."
-백은하 기자-
백 한 번은 제주에 와서 1층은 식당을 운영하는 숙박 업소에 묵었는데, 처음에는 주인이 되게 무뚝뚝하더라고요. 한 3일 정도 지내다보니 웃더라고요. 그 끝얼굴이 아직도 인상에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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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덧 봄이 찾아온 카페 '서연의집' 풍경. 박소희 기자. |
△제주가 많이 변하고 있다. 바깥에서도 그 변화가 느껴지는지.
윤 제주에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내려와 산다. 장선우 감독, 이효리, 루시드폴. 제주는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이데아와 등가적 공간인 것 같다. 홍길동의 율도국마냥.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이어도 같은 존재.
백 이주정착민들 많아지면서 고유의 것과 섞이며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윤 근데 요즘은 경제 특구 같아. 제주의 가치는 이어도인데 <웃음>
△혹시 못 다한 말 있나.
윤 감수광. 근데 감수광 뜻이 뭐예요?
※4월 11자로 지면에 실린 윤성호 감독의 '썸남썸녀'가 SBS '짝'의 모티브가 됐다는 내용을 '짝'을 모티브로 '썸남썸녀'를 만들었다로 정정합니다. 인터넷에는 관련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박소희 기자.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