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제주민예총(이사장 강정효)은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제14회 찾아가는 현장위령제 ‘노형해원상생굿’을 열었다.

 

해원상생굿은 4·3으로 인해 죽임을 당한 원혼들의 넋을 풀어내는 의례로, 제주민예총이 2002년 다랑쉬굴 해원상생굿을 시작으로 매년 벌여왔다. 

 

 

올해 해원상생굿이 펼쳐진 노형은 4·3 당시 무려 주민 560여 명이 목숨을 잃어 단일 마을로써는 최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또 노형마을은 4·3희생자 중 유독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이날 위령제는 피기도 전에 져버린 어린 영혼들이 저승의 좋은 곳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시왕맞이 초감제를 제주큰굿보존회가 맡아 집전했다.

 

또 열다섯 살을 넘기기 전에 죽은 아이들이 서천 꽃밭으로 간다는 제주 신화에 따라 굿을 할 때 저승문 위에 알록달록 꽃을 달아 꾸민 꽃질치기로 떠나지 못한 어린 영혼들을 위무했다.

 

초감제에 앞서 국악연희단 ‘하나아트’는 상생 굿판의 터를 정화시키는 타악 연주와 진혼무로 꾸민 초혼 퍼포먼스를 펼쳤다.

 

노형리 주민의 생생한 4·3증언도 이어졌다.

 

4·3증언에 나선 현상지(86) 씨는 노형리가 불타던 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현상지 씨는 토벌대에 포위돼 산으로 도망가야 했던 상황을 증언했다. 현 씨는 “한참동안 산을 향해 달리다 보니 가족들이 걱정이 돼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며 “배염나리 아래 냇바닥에 떨어져 죽은 아버지와 할아버지, 누운오름에서 창에 찔려 죽은 두 조카를 발견했다”고 했다. 

 

10명 대가족에서 어머니와 본인만 살아남아 정존마을에 살게됐다는 현 씨는 “4·3을 겪으며 가족 8명을 잃었다. 돌이켜보면 방앳불 피우다 풀잎사리 하나 남은 인생”이라고 했다. 

 

학교 수행평가를 위해 이날 위령제를 본 김지수(15) 양은 “내가 사는 노형에 4·3 희생자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어린 나이의 희생자도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 양은 뜨거운 햇볕을 맞으면서도 “굿을 계속 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