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불허 결정에 관해 서귀포시는 ‘영화제 행사의 취지와 목적, 구성, 내용이 전체적으로 정치성을 띠고 편향성 우려가 있어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조직위원회는 12일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뒤 곧이어 발표한 긴급 안내문을 통해 ‘정치적 목적의 행사’가 아님을 피력하고 본 일정에 맞춰 강정마을 일대에서 정상적으로 영화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잔치이자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축제다. 우리는 제주도와 강정의 아픔을 보듬고 고통에 공감하며 사회적 갈등이 된 사안에 대해 영화를 통해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자는 취지”라며 “서귀포시와 서귀포예술의전당의 위법한 사전 검열 행위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침해 행위를 엄중히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조직위는 이번 서귀포시의 대관 불허 결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의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3일 개막식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전체 상영 영화(34편)의 90% 가량을 상영할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이 물거품 되자 조직위는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 검토가 한 달이나 질질 끌게 된 배경에 ‘윗선’의 눈치를 보는 공무원 조직이 제20회 국회의원 총선선거일(13일)까지 최대한 ‘시간 끌기’ 전략을 펼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총선 투표일 전에 강정평화영화제 대관 불허 결정이 나면 이를 두고 정치적 파장이 커질 것을 염려, 결국 12일 오후까지 대관 불허 통보를 미뤘다는 주장이다.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서귀포시 고위 공무원이 이번 대관 불허 결정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이나 후폭풍까지 감수하겠다고 12일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위 공무원의 개입을 암시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치성의 잣대로 접근하면 사실 모든 행사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애초에 ‘강정’을 이번 영화제 명칭에서 빼고 ‘제주평화영화제’라고 했다면 어땠을 것 같나. 그랬다면 지금과 똑같은 상영작과 행사를 진행하더라도 대관 불허 결정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양은권 서귀포예술의전당 관장은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주를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도록 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영화제의 취지와 목적에 정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영화제 측 법적 대응도 염두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