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기업 윤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많은 피해자들이 유독물질로 호흡기 장애를 비롯해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게 됐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의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기업의 제조물로 인한 피해규모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다. 더욱이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의 인과관계가 드러났을 때도 제조사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다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마지못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공분을 가장 크게 산 기업은 피해자의 규모가 최대인 옥시레킷뱅키져로,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옥시의 무책임하고도 위험천만한 그간의 행적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체에 끼치는 유해함을 인지할 수 있는 실험결과를 고의적으로 누락하거나 비용의 문제를 들어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옥시의 한국법인 대표는 “유해성을 몰랐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정도면 과실이 아닌 고의적으로 피해를 입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검찰수사에 대한 부담과 국민여론에 따라 하나둘 대국민 사과를 하고 나섰지만, ‘몰랐다, 죄송하다’식의 대응은 분노를 잠재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꺼지지 않는 분노여론은 소비자의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제품판매자들도 동참하면서 확산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 3사는 최근 연일 문제가 된 기업의 제품을 갖가지 판촉행사를 통해서 팔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대형마트의 영업방식을 일반 소비자들이 강제할 수는 없지만,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중에 더욱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했던 대형마트들이 그 책임감과는 배치되는 행보를 보인 것은 매우 신중하지 못한 것이다. 제조기업과 피해자 간의 합의 문제를 떠나 사법적 제재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입법대책, 기업의 제조물책임과 윤리문제에 이르기까지 향후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불매운동이 확산되기까지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 결과 기업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들은 수사에 적극 협조할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함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