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제주도청 A간부와 B 중견간부는 그날따라 웬지 기력이 없어 보였다. 얼마전 도청이 주관한 행사에 참석했던 필자가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다. 왜 그러냐고 묻자 전날 밤 도의원과 술자리를 오래 한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술 관련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A 간부급 공무원은 전날 오후 도의회 C 중견간부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이 공무원이 속해있는 상임위원회 소관 도의원이 의문나는 업무가 있어 의회로 와 설명해달라는 게다. A간부는 중견급 공무원 B와 함께 의회를 찾았다.
대충 20분 정도 설명하고 의회를 나오려 할 때 C 간부급 의원이 간단히 저녁식사나 하자고 제안했다. A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마다할 수 없었다. 제주시 모처에서 술잔이 오가는 저녁을 한 뒤 귀가하려고 하자 C 의회 간부는 ‘간단히’ 2차나 하자며 모 단란주점으로 향했다. 폭탄주가 이어지고 양주 몇병을 마시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노래도 몇곡 뽑다보니 동석한 접객여성으로부터도 양주세례도 받았다.
술자리는 새벽 2시쯤에야 종료됐고 각자 파김치가 된 상태였다. 도의원은 다음날 의회에 나오지 못한 채 집에서 쉬었다. 식사와 단란주점에서의 녹녹치 않은 경비는 고스란히 공무원 A, B씨의 몫이었다. 도의원은 유유자적 공짜술을 즐긴 셈이다.
필자가 도청과 의회를 오랫동안 취재기자로 출입하면서 느낀 것이 집행부 공무원은 도의원들의 밥이요, 수직상승 관계에 있다. 술판엘 가면 으레 경비는 공무원의 몫이다. 얼마전 명예 퇴직한 공무원 3명은 “도의원 꼴 안보게되니 살맛날 지경”이라고까지 했다. 3년전 퇴직한 간부급 공무원 D씨는 “오일장에서 우연히 도의원을 만났는데 자기를 와락 껴안고 굽신굽신 절하더라”며 일부 언론인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술자리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간단히 저녁식사든 점심식사든 함께 하면서 서로 의정과 도정을 이해하고 의문이나 오해가 있었던 부분이 있다면 오해를 풀기도 하는 등 생산적인 면도 있다. 문제는 너무 지나친 술자리는 피하는 게 좋다는 거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대학원 학비를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다.
최근 시민단체인 서울 위례시민연대 등에 따르면 제주도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도의원 9명에게 모두 24회에 걸쳐 대학원 학비 지원 명목으로 2569만원을 지급했다. 지원 금액은 상·하반기 학기별로 90만여 원에서 150만원에 이른다. 제주도의회는 ‘지방공무원 교육훈련법’ 제17조와 동법 시행령 제13조 제3항을 근거로 “전문지식과 기술습득을 위한 교육비 지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대해 행정자치부는 해당 법적 근거와 관련, “지방의회 의원은 선거에 의해 임명되는 정무직 공무원(특수경력직)으로써, 관련법에 명시된 일반적인 교육훈련 관계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공무원은 지원 대상이지만, 도의원에 대한 교육비지원은 잘못이란 게다.
그런데도 전국 광역 의회 가운데 유독 제주도의회만이 학비 지원을 받는다? 다른 지방의회 의원들은 이런 규정을 몰라서 지원받지 않는 바보라서 그럴까. 누가봐도 도의원은 지방공무원이 아닌 선거로 뽑힌 ‘정치인’이다. 그런데도 지방공무원 교육훈련법을 도의원 학비 지원 근거로 제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도의원에게 지급되는 월급이나 기타 활동비는 100% 지방세인 도민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국고보조는 한푼도 없는 그야말로 도민혈세인 것이다.
제주 속담에 “공꺼엔 허민 눈도 뻘겅 코도 뻘겅”이란 말이 있다. 공짜라면 사족을 못쓰는 경우를 두고 한 말이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여러 의원들이 보다 나은 의정활동을 위해 연구 정진 한다는 점이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