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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자들의 슬픈 그림자
박근영<시인>  |  webmaster@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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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2.0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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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해이(道德的解弛 Moral Hazard)란, 쉽게 얘기하면 도덕적 불감증이다. IMF 구제 금융이 있고 나서부터 최근 사회전반에 도덕적 해이가 팽배해 있다는 등 개인파산 신청건수가 급증하는 현상을 두고 개인파산·면책제도가 남용되고 있다며 채무자의‘도덕적해이’라는 말을 듣기 거북할 정도로 언론에서 자주 들을 수가 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상황들을 접한다. 그 중에 파산신청인들의 채무증대 경위를 듣게 되는데. 그들의 사연 속에 피눈물이 고인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채권자들의 빚 독촉과 갖은 협박. 무엇보다도 더 힘든 것은 그들을 피해 숨어살면서 이중 삼중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오랜 기간 과도한 빚의 무게에 짓눌러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으며,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니다. 현실에서 채무변제 노력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빚을 갚는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여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직도 많은 신용불량자들이 과중한 채무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헤매고 있을 것이다. 선택해서는 안 되지만 만약에 선택하게 된다면 가장 힘들 때, 너무 곪아 터지기 전에 딱 한번만 법에 호소하여 삶의 끈을 놓지 말았으면 한다.

 파산신청자들에게는 저마다 사연이 차이가 있겠지만 삶의 과정에서 복잡한 매듭으로 서로 얽히고설켜 풀 수 없을 때 법으로 나마 그 매듭을 풀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갚을 수 없을 만큼 과도한 빚에 시달리는 원인은 물론 채무자가 충분한 재산을 가지지 못한데도 있겠지만, 우리의 정서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친인척간의 보증과 선후배간의 거래 등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탁을 한다면 거절하기가 힘들 것이다. 원하지 않는 어둠의 연결고리에 걸려 빈곤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터널 속에 자신도 모르게 갇혀버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도한 채무자들이 벼랑 끝에서 동아줄을 잡으려고 하는 파산신청자들을 거창하게 ‘도덕적해이’를 운운하며‘사회악’이라고 매도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들은 삶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였지만, 자신의 과실에 의해서 또는 운이 따르지 않아 과도한 빚을 지게 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파산신청자들은 자신이 파산자가 되는 것을 죄스러워 한다. 특히 제주는 ‘괸당’이라는 문화가 존재하고 있어서 한 다리만 건너도 친인척, 학연, 지연으로 다 얽혀있다. 그러다보니 혹시나 알려질까 봐 더더욱 수치스러워하며 숨을 곳을 찾는다. 살다보면 어떠한 상황에 직면할지 모르는 게 우리의 인생길인데 당사자가 아니라고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대다수가 우려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파산절차를 남용해 부당하게 빚을 갚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그렇게 매도되는 것이다. 어느 무리나 단체든 그러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든지 실패했을 때 절망과 좌절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많은 신용불량자들이 새로운 삶을 위해 개인파산을 신청하지만 면책결정 후에도 현실의 벽에 부딪쳐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생활하기란 힘들다. 이들에게 따가운 눈총 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삶의 패배에서 부활을 꿈꾸며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시인.제주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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