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영화는 흘러간다.
판문점은 ‘남북한의 비무장지대에 있어 주로 회담이 개최되는 건물을 포함한 그 주변의 장소’라 정의할 수 있다. 6·25전쟁 때 1951년 10월부터 1953년 7월까지 유엔군과 공산군 간에 휴전회담이 열렸던 곳이기도 한 판문점은 필자가 처음 찾은 때가 20여 년 전으로 그 때는 입구에서 병사가 통제 막대를 들어오려 차량을 통과시키는 수동적이었다. 그러다 통일교육위원 연찬회에 참가하면서 판문점을 두 번 더 방문하게 되었는데 이때는 차량통과가 완전전자식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재작년에 이어 올해 판문점 방문 신청(통일부, 통일교육원, 국정원 등에서 방문신청을 하는데 신청자의 절반 수준 밖에 허가가 안된다한다)을 했었는데 최근 북한지역에서 대남 방송을 판문점을 중심으로 확대하는 바람에 남북출입사무소 방문으로 변경해 견학하게 됐다. 판문점은 아무리 어려운 남북관계 속에서도 남북교류의 상징으로 또는 남북 완충지역으로 유지돼 오다가 몇 달 전 개성공단폐쇄조치를 내린 환경이 궁금해 남북출입사무실에서 브리핑을 받아 보았다. 판문점은 냉전대결의 산물인 군사정전위원회와 화해와 교류협력을 위한 남북대화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여기를 중심으로 소설 ‘판문점’이 창작되게 된다.
소설 판문점은 이호철이 1961년 ‘사상계’에 발표됐으며, 같은 해 이 작품으로 ‘현대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작자는 미군부대 경비원을 하면서 소설 습작을 한 개인 체험과 역사적 인식이 배경이 되어 있는 삼인칭 단편소설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진수는 어머니를 모시는 형님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아직 취직을 하지 못한 진수는 판문점을 구경하러 떠난다. 이 때 남색 원피스에 붉은 완장을 찬 북쪽 여기자가 진수에게 말을 걸며 접근해 왔다. 남과 북의 두 젊은이는 쉽게 가까워졌으면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이념적인 거리를 극복하지 못한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그래서 진수는 여기자의 손을 끌고 소속이 불분명한 지프차에 피신한다.’ 이호철 작가는 1950년대에 문단에 발을 들여놓아 역사적 상황을 폭넓게 형상화하려한 세대의 작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