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섬의 해안도로에서

따뜻한 겨울이다.

농작물도 겨울엔 추워야 좋다는데……. 내일부터 3일 간은 전국적으로 한파가 닥치리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1월 말이니 농사방학도 다 끝나 가는데,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망설임 없이 두 번째로 제주 섬의 해안도로 여행에 나섰다.

애초에 목적했던 바로는 성산읍 고성리까지 가 볼 예정이었으나, 표선면 세화2리에서 표선리까지 대략 6킬로를 감상하는 것으로 끝냈다.

집에서 왕복 82킬로미터의 주행거리다.

사통팔달인 제주 섬의 도로에서 길 찾기는 쉬운 듯하면서도 표지판이 없으면 역시 어렵다. 오늘도 표선면의 토산1리 입구에서 바다 쪽으로 난 길로 들어섰다가 수백 미터를 진행하고 돌아와야 했다.

해안도로의 입구 쪽에는 표지판이 있을법한데,그냥 들어섰더니 마을 안길의 막힌 도로였다.

‘허’ 넘버를 단 관광객의 차량 한 대도 내 뒤를 이어 잘못 들어섰다가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꼭 해안도로가 아니면 어떠랴. 이왕 잘못 들어선 김에 차를 세우고 시원한 바다를 바라본 것은 의외의 덤이었다. 따뜻한 날씨라 낚시꾼 두엇, 해녀도 둘이 작업을 하고 있음을 보았다.

오전중이라 햇빛을 받아 빛나는 금빛바다와 갈매기 두엇도 보기 좋았다. 이보다 더한 한 폭의 풍경화가 어디 있을까 싶었다.

드디어 표선면 세화리와 표선리를 잇는 해안도로에 들어섰다.

탁 트인 바다의 조망에 가슴 밑바닥부터 시원해졌다. 제주 섬의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바다이지만, 한눈에 넓은 바다가 안기듯이 들어오는 곳은 흔하지 않다.

끝없이 이어진 수평선과 짙푸른 바다, 먹이를 찾는지 오르락내리락하는 수십 마리의 갈매기 떼가 마른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 역시 바다로 나서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표선리에 가까워지면서 수 없이 이어진 광어 등 고급 어종의 양식장, 제주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도 보였다. 이 구간의 처음과 끝에 두 개의 무인 등대가 있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가던 길 멈추고 한라산을 보니 해안도로의 뒤편에 자리 잡은 매오름과 이어져 보이는 열댓의 오름 군락이 눈에 잡혔다. 봉긋봉긋 아스라이 어깨를 이어 솟은 아름다움이 그만이었다. 바다와 오름들이 손을 맞잡은 듯한 조화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하늘의 작품이었다고 하면 1퍼센트라도 건지게 되는 걸까.

구간의 종점인 표선 포구에 가니 수십 척의 고깃배가 쉬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표선해수욕장의 그 아름다운 바다 물빛과 모래의 고운 느낌을 가슴에 담기 바빴다.

돌아오는 길은 12번 국도인 일주도로를 이용했다.

왕복 4차선으로 시원히 포장된 것은 좋았으나, 속도제한이 수시로 바뀌어서 혼란스러웠다. 도로변에 학교도 있고 마을도 있으니 속도제한이 다른 것이었지만, 시속 80킬로에서 30까지 줄기차게 변경하려니 신경이 쓰였다.

해안도로 여행이 여기나 저기나 비슷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다음은 성산읍 신산리에서 고성리까지를 계획한다. 다음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