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에는 많은 빌라가 지어지고 있다. 이곳을 보아도 빌라, 저곳을 보아도 빌라이다. 우리가 빌라라고 부르는 주택인 다세대주택이 너무 많이 지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6개월 동안 연구차 제주에 오신 교수님께서 지어지고 있는 빌라를 보며 빌라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건축이냐고 물으셔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제주라는 이미지나 가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빌라들이 우후죽순 지어지고 있다. 제주의 자연환경이나 한라산 조망권 등의 가치는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제주의 가치를 지키자는 소리가 문화계, 학계 등의 지역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많이 회자되고 있으나, 막상 건축 정책가운데 무너져가는 제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에 알게 된 내용으로 창고로 허가를 받아 이를 다세대주택으로 변경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복토를 마음대로 하고 가림막이나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아 이웃에 분진과 소음 등의 피해를 주어도 큰 제재없이 다세대주택이 계속 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공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주택정책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돈만 된다고 하면 농업의 가치도, 돌담의 가치도, 오염되지 아름다운 자연환경 가치도, 이웃을 배려하며 살아왔던 제주의 가치가 쓰레기더미에 버려지는 것 같아 슬프다. 나의 전공이 건축분야는 아니지만, 한명의 소비자로서, 도민으로서 제주의 집들이 10, 20년 이상의 세월을 품고 제주의 가치로서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아파트에 비해 제약이 많지 않아 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는 4층의 연립 다세대주택이 지어지고 있는 모습은 제주 어디를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내일 출근하는 길에 지어지고 있는 집들 중에 제주와 어울리는 주택이 몇 채나 되는지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보다도 빌라는 그 모양들이 겉모습만 조금 다를 뿐 더욱 비슷해 보인다. 예전에 아파트를 성냥곽 같다고 했던 표현을 이제는 다세대주택이 이어받은 것 같다.
제주의 주택정책에 제주의 가치는 반영되고 있는가? 나는 아직까지 아무런 제주의 가치를 발견할 수 없다. 신문 사이에 끼어져 들어오는 다세대주택이나 타운하우스의 전단지를 보면 모두 제주가치를 표방하고 있지만, 제주의 향기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제주의 가치를 망치고 있는 경우도 일부 보게 된다. 이제 제주의 주택 정책도 제주의 가치를 아우를 수 있도록 거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아니, 늦은 감이 있다. 단순히 위법만 아니면 마음대로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해주던 것에서 제주의 가치와 어울리지 않는 주택은 짓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제주가 가지고 있는 공공의 가치를 위해 제주도민들은 기꺼이 개인의 일부 재산권 행사 제한 등을 인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제주가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