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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 많던 반딧불이, 어디로 가버린 걸까.
도심의 밤은 인공조명으로 대낮처럼 밝다. 밤이 사라진 도시는 잠을 설치게 하는 등 생활 속 공해를 부추긴다. 적절하지 못한 빛은 동식물의 생태계까지 교란시키며 건강을 위협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대부분이 빛공해(Light Pollution)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 독일, 이스라엘 등의 연구진들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빛공해 지도를 지난 10일 발표했다. 미국의 관측 위성을 통해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의 밤하늘이다. 국가별 인공조명의 밝기를 측정한 결과 전 세계의 80% 이상이 빛공해를 겪고 있다. 주요 20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가장 심한 지역인 이탈리아에 이어 한국이 2위다. 빛공해 지역이 거주지와 겹치는 인구별 노출량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이다. 국토면적이 좁은 국가일수록 상대적으로 빛공해에 취약하다.
빛공해란 지나치게 환한 인공조명으로 인한 공해다. 도심에 설치된 옥외 조명 기구의 상당수가 빛공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도끼눈으로 내려다본다. 게다가 생활 속을 장악해버린 전자기기들도 한 몫 거든다.
과유불급이랄까. 수면 시간대에는 일정한 밝기 이상의 빛에 노출 되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되어 수면장애, 면역력 저하 등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방 안에 불을 다 꺼도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 때문에 밤잠을 설친 적 한두 번이 아니다.
잠을 잘 자는 것은 그 양과 질 모두 중요하다. 빛공해가 끼어들면 자신은 온전히 자고 있다고 하나 몸 안은 낮처럼 활동이 이어져 잠을 통한 뇌 청소가 어려워진다. 쾌적한 수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지기능도 저하되고 피로감도 높아져 뇌 활동이 현격히 떨어지고 만다.
집안까지 비추는 가로등이나 현란한 네온사인, 운전시의 눈부심 등 공적인 부분과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 사적인 부분들로 대변된다. 늘 맞닥뜨리는 주범들로 인해 항암작용 및 세포 보호 작용을 해주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안 되면 건강을 놓친다. 밤에는 온전히 쉬어줘야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낮과 밤의 다른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조명에 노출되면 암 발생 유발, 불면증, 우울증, 두통, 정서불안 등 생체리듬에 장애를 일으킨다. 동식물에서의 생태계 교란은 철새들의 이동경로를 상실케 하고 쭉정이만 무성한 벼 등을 양산시킨다.
도심의 밤은 어둠을 잃은 지 오래다. 잠들 수 없는 도심 속 수면 환경,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수면장애는 곧 병에 이르게 하는 지름길이다. 일몰과 함께하던 싸이클, 옛 어르신들의 삶이 부러워지는 때다.
빛공해가 심각해진 것은 무분별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어둠이 사라지면서부터다. 이에 대한 인식의 부족은 현란한 광고 등을 경쟁적으로 내걸며 앞세우다 보니 과도하게 밝아진 연유다.
어둠을 적당히 확보하여 빛을 최적화 시켜야 한다. 생활 속 빛공해를 방지하기 위해 침실의 조명을 끄고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가급적 멀리한다. 특히 스마트폰 등에서 발생되는 청색광은 각성효과를 일으켜 숙면 방해 및 생체리듬에 변화를 가져온다. 잘 때뿐만 아니라 자기 전 저녁 시간부터 가능한 이런 것들의 사용을 줄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원하지 않는 빛은 공해다. 건강이 더 빠져나가기 전에 국가적 차원의 과제와 개인적 과제의 벽을 넘어야할 때다. 누구에게도 해로운 빛이 없었으면 좋겠다. 현대인에게 필수불가결인 빛, ‘좋은빛’으로 도둑맞는 건강을 챙기자.
곶자왈 반디불이 축제 때 가보자던 친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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