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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소는 연체동물문 복족강에 속하는 동물로 몸 빛깔은 흑갈색 바탕에 주로 회백색의 얼룩무늬가 많으나 서식환경에 따라 개체 변이가 심한 종이다. 녹조류, 갈조류 등의 해조류를 좋아하며, 머리에는 큼직한 한 쌍의 앞 더듬이가 토끼의 귀처럼 생기고 순해서 서양에서는 ‘바다의 토끼(Sea hare)’라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군소가 육질의 껍질 없는 민달팽이를 닮았다고 해서 ‘바다의 달팽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외모가 보기에 징그럽다고 먹지도 않고 버렸지만 요즘은 최고의 기호 식품으로 씨가 마를 정도다. 제주도에서는 바다에 사는 돼지라는 뜻으로 흔희 ‘물토새기’라고 불렸다.
군소는 조개류와 같은 연체동물이지만 몸을 보호하는 패각이 없다. 대신 자선이라는 기관에서 군청색 색소를 뿜어내 포식자의 접근을 막아낸다.
군소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과거 모든 것이 귀한 시절에는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이 군소의 군청색 색소를 잉크 대용으로 사용 할 수 없을까?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손에 묻으면 손이 온통 잉크를 잘못 다루어 칠한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군소는 자웅동체로 암수 한 몸이지만 물 속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광경을 흔희 볼 수 있는데, 팔도 없는 매끈한 몸이 줄줄이 길게 달라붙어 있는 것도 기묘하지만 일단 한번 붙으면 떨어질 줄을 모른다.
3월과 7월 사이에 걸쳐 골과 골, 또는 암석 밑에 오렌지색의 끈으로 뭉친 것 같은 알을 낳는데, 얼핏 보면 알집은 누가 실수로 라면 사리를 바다에 던저버렸나 착각할 정도로 매우 유사한 모양이고 붙여놓은 모양이 꼭 우리가 즐겨먹는 라면과 같다.
군소 한 마리가 한 달에 낳는 알의 수는 약 1억 개에 이른다고 한다.
군소는 약 2만개 정도의 신경세포와 간단한 신경회로망을 가지고 있다. 군소의 거대 신경세포를 이용하면 인위적인 시냅스 배양이 가능하고 미세 전극을 세포 안에 침투시키는 전기 생리학적 분석이 용이하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애릭 캔덜 교수는 군소를 재료로 학습과 기억의 세포 메커니즘을 밝혀 지난 2000년도에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군소는 독특한 향을 즐기는 바닷가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삶으면 부피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쫄깃쫄깃해진다. 초장이 어우러지면 자꾸만 손이 간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명절이나 제사에 군소 산적이 빠지면 헛제사를 지냈다 할 정도다.
군소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도 많은데, 어촌에 부임한 군수가 어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기로 했다. 미역을 채취하며 생업을 이어가던 어민들은 세금이라도 좀 덜어볼 요량으로 미역 수확이 군소들이 다 먹어버려 수확량이 예년만 못함을 하소연하면서 “고놈의 군소 때문에 정말 못 살겠다”고 엄살 부리는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군소를 군수로 잘못 들은 신임 군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그 날 군수와의 대화가 엉망이 됐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전한다.
그만큼 군소는 해조류를 즐겨먹고 하루에 먹어치우는 양도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북제주군과 남제주군 2명의 군수직은 사라져버렸다. ‘군수’를 ‘군소’로 착각해 얼굴 붉힐 일은 없어졌지만 그 때 그 시절 열심히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던 정겨운 우리 군수님들이 보고 싶어지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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