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와 열대야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엘 고어가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면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에서 예고했던 재앙들이 점차 현실화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40년 전 고은 선생이 쓴 ‘제주도-그 전체상의 발견’을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1964년 5월부터 삼년 남짓 제주에 살면서 몸소 느꼈던 제주의 자연, 문화, 역사를 자료를 보완해서 펴낸 것이다. 그는 박학다식과 문학적 상상력을 가지고 제주의 모습을 바닥까지 파헤치면서 척박한 자연과 혹독한 역사 속에서 제주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고은 선생이 제주에 살던 1960년대 중반엔 인구는 고작 30여만, 관광객도 20여만에 지나지 않았고, 제주의 자연과 전통문화도 그런대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197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국제 수준의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고,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법 등이 제정되면서 보다 쉽고 빠르게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가 사람, 상품, 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가 완화되고 국가적 지원의 특례가 실시되는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면서 제주의 자연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제주섬은 인구와 관광객의 급증에 대비해 신공항과 신항만을 계획하느라 야단법석이고, 주택단지와 관광단지를 조성하면서 제주의 귀한 자산인 곶자왈과 중산간을 밀어젖히고 있다. 현재 제주 인구가 65만, 연간 관광객이 1300만을 넘어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더 많은 관광객이 와야 제주는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