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제주신문] 말복이 지나고나니 어느새 처서다. 여름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시기로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절기가 처서이다. 그러고 보니 절대로 꺾일 것 같지 않던 무더위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의 촉감이 사뭇 다르다.
112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는 비도 없는 불같은 날을 무려 한 달이나 넘기는 기록을 갱신했다. 농작물은 가뭄으로 대지와 함께 타들어 퍼석거리고 밑바닥을 치고 있는 서민경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풍요를 쌓은 1%를 제외한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폭염과 열대야에 몸과 마음까지 시달려야하는 고역을 겪었다.
수많은 이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선명하게 속 시원히 해결된 것은 없다. 공직자가 지녀야 할 청렴성을 위해 발의한 김영란법이 합헌으로 결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 때문에 경제가 더 침체 될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펴는 일부 국회의원들과 기자협회의 회견을 보며 대한민국에서의 비리는 얼마나 떳떳하고 견고한 얼굴을 가졌기에 저들의 저렇게 두꺼운 얼굴로 국민들을 우롱하는지 의문스러웠다.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부끄러움도 모른 채 뻔뻔한 논리를 펴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295명을 수장시킨 세월호참사의 규명을 위해 그들이 한 일이 무엇이고, 메르스가 전국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갈 때 그들은 어디에 있었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민의 가슴을 후벼 팔 때 그들은 왜 침묵을 했으며, 정부가 국정교과서 문제나 건국절과 같은 옳지 않은 역사의식을 내세울 때 그들은 어떤 행동을 했고, 정부가 강정의 해군기지, 성주의 사드배치를 결정할 때 그들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지금 우병우 민정수석의 특검을 두고 그들은 어떤 행동을 보이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이러는 와중에 전경련과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국민들과 사사건건 부딪치던 어버이연합이 거리투쟁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지 않고 자신들의 고집대로 정책을 발의하고 무조건 따르라 한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집회를 본 어느 군 장교가 국민들이 국가와 군인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어느 나라의 국민이냐고 따져 묻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국가와 군인은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지를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그들이 국민들 앞에 내놓은 결과물들이 국민으로서 납득이 가는 것이었는지를, 국민들이 왜 그들을 믿지 못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을 일이다.
정부 공직자와 국회의원, 군장성급들이 저질러 놓은 비리들이 연일 터지고 국민으로서 납득이 가지 않는 정부시책이 나오는데도 가만히 있다면 국민은 그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격을 잃는 것이다. 국가의 권력은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일부 몇몇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이며 국민은 나라를 지키고 지탱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국민에게 입을 다물고 가만히 따르기만 하라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말라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며 무서운 계책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행위임을 깨달아야 한다.
누그러질 줄 모르는 무더위에 서민들은 전기누진세로 헉헉거리는데 청와대는 새로운 여당 대표를 위한 오찬에서 서민들은 상상도 못할 엄청난 음식들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누진세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전기세를 찔끔 인하하면서 국민들의 전기소비를 질타했다. 얼마 전 국민안전처에서 발표한 자료에선 국민이 느끼는 상반기안전 체감도는 역대 최저치며 상반기 경제 성적표 또한 2%중반대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국민들의 생활은 엉망인데 비리투성인 제 식구 감싸기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일에만 열을 올리는 이유가 뭣인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