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유난히 더운 올해에는 냉방기 가동의 증가로 전기사용량이 예년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전기요금, 특히, 누진제와 관련한 뉴스가 연일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누진제에 대한 소송으로 촉발된 전기요금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는 ‘전기요금 폭탄의 현실화’ 혹은 ‘한국전력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 전망’과 같은 자극적인 뉴스제목과 함께 전기요금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도입된 지 수십 년이 지난 누진제의 경우 다른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고,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전기 요금 자체가 과도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좀 더 해 볼 필요가 있다.
맹신할 자료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객관적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가 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고, 산업용 전기 역시 OECD 평균의 절반에 좀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국가들의 모임인 OECD의 전체 회원국 수가 34개국이고,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가 OECD 내에서도 중상위권인 세계 11위 이므로, 경제력 대비 전기요금을 고려해 보자면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가정용과 산업용 구분 없이 매우 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에 대한 불만이 나타나는 이유는, 역시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누진제가 다소 오래되어 현실에 맞지 않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나 역시 엊그제 받아본 전기요금 청구서를 보니 전월에 비해 사용량은 얼마 늘지 않았으나, 요금단가가 적용되는 구간이 한 단계 상승하여 요금이 전월과 비교하여 2배 가까이 늘었다. 세상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키는 방법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였지만 한 달 사이 2배의 요금상승은 다소 당황스러움을 불러 일으켰다.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 좀 더 고민할 부분이지만, 만약 누진제를 개선하면서 형평성과 전기절약을 모두 달성하고자 한다면, 최대와 최소 요금 구간을 정하고 그 사이에서의 요금은 전력사용량에 따라 단가가 비례해서 상승하게끔 하는 방안도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