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얼마 전 경주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고 현재까지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근처가 고향이어서 첫 지진 직후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었는데, 여진이 올 수 있으니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고 건물 밖의 안전한 곳에 나가 계시거나, 크게 염려스러운 상황이 아니라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가 진동을 감지하면 단단한 탁자나 책상 밑으로 피하시라고 전해 드렸다. 별것 아니지만 이렇게나마 조언을 드릴 수 있었던 것은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지냈던 경험 덕분이다.
2011년 3월 28일부터 약 2년간 일본 도쿄에서 지냈는데, 쓰나미를 몰고와서 많은 인명피해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일으켰던 동일본대지진이 바로 같은 해 3월 11일에 있었다. 여진과 방사선, 그리고 순환정전 등의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걱정해 주었는데, 막상 도쿄에 도착해서 생활해 보니 생각과는 달리 평온했다. 실시간으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방사선 수치를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순환정전의 경우에도 실제 정전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불편함이 없었다. 그러나 여진의 경우는 달랐다. 진도 6이상의 지진을 포함해 수십 차례의 지진을 직접 겪었는데 피할 길이 없었다. 깊은 잠에 빠진 새벽에도 진동을 느껴 잠에서 깨는 경우도 있었고, 전철 운행이 중단돼 한 시간 넘게 열차의 운행을 기다린 적도 있다.
지진은 발생위치와 발생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더군다나 초당 수 킬로미터의 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에, 발생 후 10초 이내에 텔레비전이나 통신망을 통해 지진경보가 전달되는 일본에서 조차 경보를 확인한 후 대비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피해가 가장 큰 진앙지 인접지역에서는 최초 경보를 확인하기 전에 지진이 먼저 도착한다. 나 역시 도쿄 근처에서 일어난 지진의 경우 진동을 먼저 느끼고 나서야 휴대전화 혹은 텔레비전을 통해 지진경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신속한 경보체계는 진앙지와 다소 떨어진 곳이라든지 쓰나미에 대해 대비시간을 확보해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지진 발생 시 진동을 감지하거나 경보를 받았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지진대응 요령에 대해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고 있으며, 외국인의 경우에도 소속기관이나 각 지역의 관공서등을 통해 지진대응 훈련을 받을 수 있고, 신문방송과 공공시설의 게시판을 통해 지진에 대비한 행동요령을 손쉽게 확인 할 수 있었다. 나아가 건물의 설계와 시공에 있어 지진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으며, 가구와 같이 지진 시 넘어질 수 있는 큰 물건을 벽이나 천정에 고정하는 도구를 상점에서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