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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개선 제주시 연합 애월읍 회장 기현숙 |
[제주신문] 감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벌써 30여 년 가까이 됐다. 철 따라 전정, 비료, 김매기 하다 보면 수확이 되고. 수고한 것에 비해 소득을 안겨주던 때도 있었다.
겨울이면 먹을 만한 과일이 감귤뿐이던 것이 하우스 재배가 확대되면서 철없는 과일 등이 나오고, 듣도 보도 못한 과일들이 수입되면서 감귤이 서서히 자리를 잃어가고 그러면서 감귤 농가 소득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감귤 값이 자꾸 내려가자 농가들도 ‘간벌과 열매솎기’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해 애쓰기 시작했다. 어찌 생각해보면 간벌, 열매솎기 등은 항상 행정에서 먼저 선도했고 농가들은 마지못해 흉내 낼 정도로만 했던 것도 사실이다. 애쓰게 열린 감귤 따내려면 왠지 아깝고, 가공용으로라도 팔면 그래도 단돈 몇만 원은 되는데 괜히 따버리는 것 같아서, 따내려는 남편과 다툼도 많이 했다.
그런데 한 5년 전인가 생활개선회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안 할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우리 과수원에서 열매솎기했다. 작은 열매라고 하나씩 떨어져 나갈 때마다 얼마나 아깝던지, 회원들 뒤쫓아 다니면서 ‘조금만 따세요, 조금만 따세요’ 사정 아닌 사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해 감귤을 수확하는데 상품이 많아서 따는 사람들도 모두 좋다고 신나서 따고, 값도 다른 해 보다 20% 더 받았다. 그래서 욕심이 생겼다. 다음 해는 더 잘해야지 하고.
그런데 그다음 해는 해거리하는 해라 열매솎기를 또 그렇게 대대적으로 안 하게 돼 우리 밭에 와줄 사람이 없었다. 남편과 의논해서 과감히 인건비를 투자해 열매솎기했다. 그해는 값을 더 많이 받았다. 그 후로 열매솎기를 꼭 하는 정말 본의 아니게 모범농가가 되었다. 열매솎기하는 재미를 안 것이다.
부족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언제까지 우리가 감귤수확량에 의존하면서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지. 이제는 열매솎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정말 맛있는 감귤을 생산해야 할까. 이것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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