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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일본 아소산의 화산 폭발 소식이다. 예약된 일본여행을 꼭 가야 하나 주춤거리게 된다. 좁은 나라가 아니고 그쪽과는 상관없는 지역이라고 강조하는, 동행해줄 아들을 믿어보기로 한다. 화산이 폭발한 다음주 출발이다. 게다가 혐한 분위기로 떠들썩한 여행지이자 아이가 모처럼 제공하는 선물이기도 하다.
그즈음의 일본 근황에 자연스레 관심이 높아진다. 아소산 화산폭발로 1㎞ 이상 운석들이 날아들고 화산재가 수북한 곳곳의 영상들을 접하고 나자, 일본 총영사관의 ‘신변안전주의보 발령’ 또한 남다르게 다가온다. 난바점 시장스시의 초밥 와사비테러, 버스표에 찍힌 한국인 비하 ‘총(조센진)’ 표기 논란, 지하철 내 승무원의 “외국인 승객이 많이 타 불편을 드리고 있다”는 구내방송을 내보낸 일, “이 방송이 회사 규정에 적합한 방송이 맞느냐?” 일본인 여성이 즉각 따질 만큼 황당한 사건들이다. 어느 가족여행 팀은 도톤보리 다리를 건너다 급습을 당한다. 저녁 식사할 곳을 찾는 중 13살 아들이 건장한 청년들에게 발차기를 당하게 되자 아빠가 간신히 막기는 했지만, 그 추태에 얼마나 당황했으며 영사관에 신고까지 했을지,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간사이공항에 내리자마자 인솔할 가이드가 혐한으로 떠들썩하다며 특별히 주의를 당부한다. 재충전을 위한 시간여행은 조심스러움으로 무장되고, 암묵적 술렁임은 긴장을 부추긴다. 편견을 가진 일본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리라 애써 다독인다.
오사카, 나라, 교토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첫날 일정 후 저녁 식사만을 남겨놓고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 도톤보리의 시장스시의 간판 앞을 지나다 눈에 익은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관광지는 현지인들보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대다수다. 기모노를 빌려 입고 일본인처럼 걷고 있는 외국인들 또한 꽤 많다.
이튿날 저녁 식사 후 숙소 근처의 시청에서 출발하는 마쯔리를 덤으로 구경한다. 대형 가마 넉 대를 운신키 위한 참여자만도 만만치 않다. 북을 치며 경구를 외치는 가마에 탄 아이들과 가마를 이끄는 어른 팀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정해진 곳까지 다녀오는 행진이다. 일본인 근성이 물씬 묻어오는 대동단결의 모습이다. 혐한은 말이나 행동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적을 통해서도 이어진다. 재특회(재일 외국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리더가 쓴 ‘대혐한시대’, ‘한국인에 의한 치한론’ 등 혐한 관련 책들이 꽤 잘 팔리고 있다 한다.
혐한의 지나침이 인식되자 ‘타민족에 대한 헤이트스피치(증오표현)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선언은 처벌 규정조차 없는 법으로써 겉모양뿐인 셈이다. 이조차 맞서게 되자 경찰의 호위 하에 정부가 합법으로 보장하고 나서주는 나라다. 혐한, 티눈 같은 꼬리표로 언제까지 물고 늘어질지….
그동안 끊이지 않는 혐한 분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여행을 가야 하는 곳인지 문득 반문하게 된다. 끊이지 않는 혐한을 빌미로 지역주의적인 병폐가 이어지고 있는 곳, 인권 후진국 같은 인상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일본 여행을 마치며 간사이공항을 잇는 긴 터널 같은 다리가 진정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서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긴 한숨을 몰아쉰다. 잠깐 다녀오는 길목도 이런 데 오사카의 한인타운을 지키고 있는 교민들은 어찌 설움을 다 이겨내고 있을까. 이런 정서에 닿기까지 우리의 뒷모습들은 어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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