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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고 의견을 들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자금유용 의혹,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점 취득 등의 의혹에 이어 국정에 개입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박대통령의 그제 사과는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의 일부 표현을 수정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전달하는데 한정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속속 밝혀지는 상식을 뛰어넘는 최씨의 국정개입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최씨의 PC에는 대통령 연설문뿐아니라 정부조직 개편, 경제정책, 외교자료와 심지어 남북접촉 관련 안보문건까지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통령의 고개 숙인 사과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연설문’건에 대해서만 언급했다는 점 때문이다. 야권은 물론 일부 여권에서까지 박대통령의 사과에 비판적이다. 따라서 박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무난히 마치려면 ‘최순실 블랙홀’에 빠진 비상 정국을 진솔한 자세로 헤쳐나가야 한다.
최순실 입국 수사받게 해야
박 대통령의 사과 발표 이후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씨 자택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동안 대통령의 눈치를 봐 미적거리던 검찰의 수사가 마침내 제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박대통령의 사과가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려면 독일에 나가 피신한 최순실씨를 자진 입국시켜 순순히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의 검찰 수사는 몸통은 비켜간 채 깃털만 놓고 마치 그림을 그리는 형태의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력을 가해서도 안 된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이 각각 비리 협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구속된 사례를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노무현 대통형의 형과 이명박 대통령의 형도 각각 비리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바 있다. 죄를 졌으면 죄값을 치르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에 앞서 모두 천심(天心)인 민심을 거스를 수 없었고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만약 박대통령이 외국에 사실상 도피 중인 최순실씨를 불러들이지 않고 수사를 피해가면서 임기를 채우려할 경우 그나마 박대통령의 진정성을 기대했던 지지층의 민심마저 떠나고 말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마치 종합세트식이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비리 의혹이 드러날지 모를 일이다.
청와대 비서실 전면 개편을
박대통령은 야권과 일부 여권 정치인들의 주장대로 청와대 비서실을 전면 개펀해야 한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26일 국회 국정감사 기관중인 출석에 불응한 우병우 민정수석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위해선 당장 현직에서 물러나야 마땅하다.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측근부터 떨쳐내지 않으면 화난 민심을 돌려놓기 어려울 것이다.
박대통령이 임기가 끝날때까지 새누리당적을 유지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물론 본인은 당을 떠나지 않겠다고 할지 몰라도 이번 최순실 파문으로 인해 상당부분 동력을 잃은 상태다. 박대통령의 사과 이후 이미 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펴고 있어 운신의 폭이 커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당과 정치를 뒤로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제활력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일 수 있다. 결국 최순실 비리 의혹의 철저한 수사 및 사법처리, 청와대 비서관 전면 교체와 함께 비선을 과감히 정리한다면 사과의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그 대신에 경제살리기와 국민복지, 그리고 국민안전에 매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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