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가구 중 1가구 ‘싱글족’…서울 가장 많아
취업난 등 경쟁 속 사회 변화 트렌드로 자리잡아
사이토 다카시, “목표 좇을때 혼자만의 시간 필요”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혼밥은 ‘혼자 먹는 밥’, 혼술은 ‘혼자 먹는 술’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포털사이트에 혼밥을 검색하면 ‘혼밥 레벨테스트, 혼밥맛집, 혼밥 혼술’ 등 다양한 키워드를 확인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방송에도 ‘혼밥족’, ‘혼술족’을 위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화면에는 오로지 밥 한 끼를 맛있게 먹는 연예인의 모습과 소리만 담은 ‘조용한 식사’, 서로 다른 이유로 ‘혼술’을 즐기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혼술 라이프를 담은 ‘혼술남녀’ 등 예능과 드라마를 통해서도 혼밥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혼밥을 즐기는 20대가 많아지면서 인터넷상에는 ‘혼자 밥 먹기 레벨’이라는 글까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편의점(1단계), 푸드코트(2단계), 분식집(3단계), 패스트푸드점(4단계), 중국집(5단계), 일식집(6단계), 고깃집(7단계), 술집(8단계), 패밀리레스토랑 뷔페(9단계) 등으로 단계가 높을수록 ‘혼밥 고수’라고 부른다.

실제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10명 중 7명은 혼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혼밥족’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하는 대학생은 전체의 7%에 지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편하다”라는 의견을 말할 정도로 혼밥은 자연스레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혼밥’이 사회적 트렌드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인가구의 증가로 인한 개인주의 확산=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인 가구의 비중은 27%이며 서울시의 1인 가구 비율은 36.3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동(77.07%), 관악구 신림동(76.19%) 등 6곳은 1인 가구 비율이 70%가 넘었다. 폭발적인 1인 가구의 급증 현상은 ‘혼자만의 시간’, ‘자신을 위한 투자’를 자연스러운 사회 문화로 만들어냈다.

◇경쟁풍조로 인한 여유 상실=청년들이 스펙 쌓기, 아르바이트와 학업의 병행, 극심한 취업난 등 경쟁에 지치다보니 남에게 관심 가질 여유가 없고 소통하는 것도 귀찮아하게 된 탓에 혼밥을 선택한 경우이다. 생존을 위해 일찍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진 현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홀로 자취를 하는 청년은 “친구들과 식당에 가서 먹으면 돈도 많이 들고, 원하는 것을 못 먹을 수 있는데 집에서 홀로 해먹으면 원하는 음식을 더 저렴한 비용으로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밥은 함께 먹는 것’이던 옛날과는 확연히 다른 생각이다.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의식적 고독’=스마트폰과 SNS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면서 스마트폰에 시선을 뺏긴 사람들이 넘쳐난다. 우리는 빅데이터 시대에 거대한 정보수집 세트에 둘러싸여 있다. SNS상에서는 알아서 척척 옛 친구를 찾아주고 내가 원하는 물건도 광고 팝업으로 띄워준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이러한 디지털 ‘연결고리’와 ‘빠름’ 시대에 때론 두려움과 피곤함을 느낀다. 이에 따라 스스로 고독을 자처해 혼밥, 혼술 등을 즐기는 현대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남의 눈치를 안보고 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는 혼자 있는 시간이다.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찾아내고 즐기다 보면 ‘혼자’라는 것이 부정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온전히 자기만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사람들은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소속된 집단이나 가까운 친구가 없으면 자신을 낙오자로 여기며, 관계에 필요 이상으로 힘을 쏟는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관계에 휘둘리는 사람은 평생 다른 사람의 기준에 끌려다닐 뿐이다. 사람은 혼자일 때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꿈을 이루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혼밥·혼술문화는 외로움이나 쓸쓸함과는 다른 오늘날의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끔은 복잡한 관계들에서 벗어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