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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제주칼럼 |
숨비소리가 들려오게 하자 송시태 | 이학박사, 화산지질학 전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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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에서는 3가지(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 등재유산을 지정해 유산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즉, 인류의 보편적이고 뛰어난 가치를 지닌 세계유산,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 인류무형문화유산 그리고 고문서 등 전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세계기록유산이 그것이다.
제주도는 2007년 세계유산으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등재한 이후, 2009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등재했고, 이어 올해 ‘제주해녀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에서 주관하는 또 하나의 세계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제주의 자연과 문화 유산이 유네스코 등재유산에 기록되는 일은 가히 축하할만한 일이다.
2007년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에서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세계유산으로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용암동굴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이 용암동굴에서 나타나는 지질구조뿐만 아니라 석회동굴에서 나타나는 지질구조를 포함한 석회장식 용암동굴을 가졌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유산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유산지구 관련 국비가 확보돼 유산지구 핵심지역의 사유지를 매입했다. 핵심지역의 사유지를 매입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핵심이 비껴 나갔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석회장식 용암동굴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사구(砂丘)’이다.
내륙으로 운반된 패사 성분의 사구는 오랜 시간동안 빗물에 의해 용해돼 현무암 틈새를 따라 지하로 이동돼 동굴 내부에 도달한 후 탄산염의 형태로 침전되어 각종 생성물을 만들어 낸다.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상부의 사구가 사라져 버리면 이들 동굴은 석회장식 용암동굴로서의 생명과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용암동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용암동굴 상부에 사구를 복원한다면 지금의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세상에 알려지게 될 것이다.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과 이번에 등재된 제주해녀문화 역시 이를 보존하고 전승하려면 그에 걸 맞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최근 들어 1만 8000 신들의 고향으로 알려진 제주는 엄청난 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난개발에 따라 새로운 건축물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신들의 본향인 ‘신당’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추세대로 간다면 해녀들이 마을 단위로 풍어를 빌었던 영등굿과 잠수굿을 펼쳤던 당도 사라질 위기에 처하지 않을까?
해녀들은 바닷속으로 자맥질해 보통 수심 5m에서 30초쯤 작업하다가 물 위로 다시 떠오른다. 간혹 필요한 경우에는 수심 20m까지 잠수를 하기도 했었다. 수심 5m 정도라면 우리들이 해안가에서 해녀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거리이며 해녀들이 물 위로 솟을 때마다 “호오이 호오이” 하면서 한꺼번에 막혔던 숨을 몰아쉬는 소리인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여서 바닷가에 나가면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제주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들어 본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예전보다 물질하는 해녀의 숫자가 적어서 숨비소리를 쉽게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해녀의 숫자가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해녀들의 작업공간인 바다환경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다.
해녀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로 정화되지 않은 하수를 바다로 흘려보내는 일, 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된 방류수가 해양생태계의 변화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수중다공확산관을 방치하는 일, 양식장 배출수를 해안선 가까이에 돌출시키도록 허가를 내 주는 일, 양식장에서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사료첨가제가 들어 있는 먹이를 투여하는 일 그리고 각종 법에 따라 독극물로 분류돼 엄격한 관리를 받아야 할 약품을 사용하는 일 등은 바다의 갯녹음현상을 가속화 시켜 해양생물들이 살 수 없는 공간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해녀들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선 해양환경이 나빠진 해안선 가까운 곳의 삶의 터전을 버리고 그래도 해양환경이 좋은 먼 바다, 좀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가다 보니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게 하고 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의 타이틀을 따 내는데 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이미 확보한 유네스코 유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전승하고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일 때 비로소 숨비소리가 들려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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