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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양금희  |  webmaster@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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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0.0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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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대의 영화제에서 11개 부문 상을 휩쓸고, 탄탄한 시나리오와 수려한 영상미, 감동적인 연기로 ‘타임지 선정 최고의 영화 베스트 10’에 진입한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의 인도 영화 ‘블랙’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어둠뿐이던 여덟 살 소녀에게 마법사 같은 선생님이 등장하면서 불가능이 가능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감동의 휴먼 드라마다. 이 영화를 통해 소리의 중요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많은 소리들이 함께 한다. 계절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고 시간 또는 시기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다. 소리를 낸다는 것은 움직임이 있는 것이고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생명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면 다른 것으로 인한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소리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있으며 어떤 매개체에 의해서 생성되는 것이 있고, 다른 것과 어울려 또 하나의 독창적인 소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듣기에 좋으면 자연스레 그 소리에 대해 좋게 여기게 될 것이며 귀에 거슬리면 소음으로 분리가 될 것이다.
시장에 가면 시장만의 소리가 존재한다. 손님을 끄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소리는 시장을 활기에 넘치게 한다.

대형마트는 쇼핑카트를 끄는 소리와 판촉이벤트를 위한 각종 행사를 알리는 도우미들의 열띤 경쟁의 소리, 음악소리, 안내방송 등의 수많은 소리가 겹쳐서 들려온다. 큰소리는 작은 소리들을 집어 삼키는 역할을 한다.
산에 가면 산의 특색을 가진 소리들이 있다. 숲에 이는 바람소리와 어우러진 각종 새들의 노랫소리는 귓가를 상쾌하게 한다.
바다에 가면 어떤가. 파도소리가 수평선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우리는 파도소리나 갈매기 울음소리를 듣지만 바다 속에는 바다 생명체들이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그들만의 소리로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고 있다.
어쩌면 소리란 서로 소통의 도구이다. 기계를 켰다면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판단 수단이 될 것이다. 자동차나 비행기, 배 등이 소리 없이 진행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안전에 대해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 할 것이다.
소리란 어떤 것이 다가오거나 멀어져 가는 신호이기도 하다. 매미소리를 들으면서 겨울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눈보라를 칠 때 여름이라고 생각하지 않듯. 소리란 듣는 사람에 따라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소음이 될 수도 있고 그리움이 될 수 있다.
약속시간에 여유가 생겨서 신제주 번화가를 걸어 보았다. 도로는 온통 자동차 엔진소리로 가득해서 귀가 먹먹해졌다. 질주하는 자동차의 엔진소리가 다른 소리들을 삼켜버려서 생각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버렸다. 소리에 밀려서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복잡한 도시의 생활과 온갖 인공적인 소음이 내는 소리에서 벗어나 자연 가까이에서 마음의 여유와 바쁜 생활로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는 노력이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교통량이 많은 도로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도 이미 소리들은 완화가 되어 비로소 주변의 다른 소리들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공원벤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커다란 나무들이 소리를 막아주고 있는 듯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소리만이 편안함과 휴식을 제공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여 산에 오르고 바다를 찾고 휴식을 위해 자연의 숨결을 찾아 떠나는 것인지 모른다.
자연이 내는 온갖 소리에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정화시키면서 활력을 얻게 하여 재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만하다. 자연이 내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온갖 곤충들이 내는 소리는 급변하는 시대에도 고유의 특성을 잃지 않을 뿐 아니라 언제 어느 곳에서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워낭소리처럼 잊히는 소리가 있고, 새로 익숙해지는 소리가 있다. 소리는 자국을 남기지 않지만 안에 소리가 너무 크면 밖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밖에 소리가 너무 크면 안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을 들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우리 삶에 어떤 아름다운 소리들이 있는지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양금희/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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