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신문] 새누리당 탈당을 예고했던 원희룡 지사가 4일 마침내 실행에 옮겼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을 떠나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길에 나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 자리에서 의미있는 말을 했다. 그는 신당의 과제에 대해 “양극화와 저성장을 돌파할 수 있는 구국 강병의 경제발전 모델과 현실적이고 균형잡힌 외교·안보정책을 제시했다. 또, “권력은 분산시키고 정치세력 간 연합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협력의 정치문화가 정치혁신의 핵심과제”라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개혁보수신당은 창당 선언 직후 상승세였던 기세가 다소 꺾이면서 중량감 있는 인물의 영입이 절실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원 지사의 참여는 개혁보수신당에 일정 부분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원 지사는 정치인이기 전에 제주도를 이끄는 행정가이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정치를 하는 사람도 행정가에 포함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선출직 지방장관으로 무엇보다 지역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행정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당적은 가질지언정 지방의 복지, 보건, 경제성장, 주택, 도로, 교통, 위생, 교육 등 주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양다리 걸치면 둘 다 실패한다
원 지사의 중앙정치 무대의 적극적인 참여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일을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 지사는 그동안 새누리당 중앙당 행사 등에 참여하는 일이 많았다. 소속 정당이므로 법리적으로는 당연한 일일 수 있으나 그만큼 지방행정에는 누수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당적을 갖는 선에 그치지 않고 중앙당의 정치활동에 너무 참여하게 되면 고유 영역인 제주도지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원 지사는 잠재적 대권 주자에 포함돼 있다. 특히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면 상반기에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당내 잠룡 중 한 명인 원 지사로서도 마음이 콩밭에 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원 지사는 이번 대권에 도전할 뜻이 없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어서 정치판의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 생각이 바뀔 지 모른다.
원 지사로선 계속 중앙정치에 한 발을 담가놓고 지사직을 수행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할테지만, 무슨 일이든 양다리를 걸치면 두 가지 일 모두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국비 등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중앙 행정부처를 자주 방문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지만, 개인의 정치활동을 위해 중앙당에 들락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사 성공해야 다른 꿈 꿀수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하는 것이야 보장된 정당 선택권에 해당하므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도민과 소통하고 민생현장을 찾아 민원을 듣고 해결하는 일을 소홀히 하면서 중앙정치에 집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원 지사는 중앙정치 활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앙당에 드나들 시간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에 매진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으로 도민의 삶의 질을 제고한 지사로 평가받는 게 오히려 대권주자로 한발짝 더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원 지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개혁보수신당에 제안한 ‘양극화와 저성장을 돌파할 수 있는 구국강병의 경제발전 모델’을 먼저 제주에서부터 추진해 나가야 한다. 중앙정치권에 기웃거릴 시간에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환경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붙잡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정치보다 지사직에 충실해야 성공한 지사가 될 수 있고, 진정한 대권 주자의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