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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부농업기술센터 방인경 |
[제주신문] 맛은 기억으로 인식된다. 그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말이다. 향이 강하거나 생김새가 괴팍하거나 그것도 아니고 그저 맘에 들지 않아도 그 맛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
개중에 어른의 맛으로 기억되는 제피 또한 그러하다. 톡 쏘며 맵게 퍼지다 이내 그 특유의 향을 분출한다. 처음엔 정말 지독하게 어려운 맛이다. 그러나 식물에는 자기보호를 위한 방어 작용을 하는데 제피에도 또한 그런 성분이 있어 제피잎은 향신료로 쓰이거나 장아찌로 쓰인다.
제주의 7대 대표향토음식으로 자리물회, 한치물회가 있는데, 여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제피섶, 즉 제피잎이다. 된장에 식초, 거기에 제피잎을 넣어야 제대로 된 물회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제피잎은 5월경에 잎이 단단해지며 향도 진해진다. 삼겹살구이에 한 잎 걸쳐 구워내면 강한 향도 약해지고 담백하게 느껴진다. 천상의 맛은 이런 게 아닐까하는, 호강하는 느낌이 든다.
제피열매는 갈아서 추어탕에 넣어먹거나 민간의 약으로도 쓰인다. 몇 해 전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한 전통음식책자에는 제피된장이 제주의 향토음식으로 소개된 바가 있다.
제피된장에 투박하게 채 썬 물외나 오이를 넣고 냉수를 섞어 만든 냉국은 여름철 더위를 나기에 더없이 좋은 음식이다. 말이 필요 없다. 제피가 제주의 양념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임에는 틀림없다.
올해 동부농업기술센터에서는 전통식문화 계승을 위해 제주식재료의 이해라는 과정을 개설해 제주의 양념이야기를 알릴 계획이다. 동부지역에서 생산되는 마늘, 양파, 깨, 된장, 식초 등의 다양한 활용법도 함께 배워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온 나라 안팎으로 아픈 소식이 많다. 올 여름에도 입 안에서 굉음을 내며 톡 쏘는 제피를 넣은 물회 한 그릇 시원하게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별일 없이 건강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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