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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小寒)과 대한(大寒)
김용길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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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4  18: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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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새 달력으로 바꾼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정유년 1월 말로 향하고 있다. 안팎으로 일들이 많아 정신없이 살아가는 와중에 올해의 첫 절기도 지나갔다.
음력으로 24절기 중 겨울의 문을 닫는다는 절기 소한(小寒)이 1월 5일이었다.
예부터 소한 무렵부터 입춘(立春) 전까지는 정초한파(正初寒波)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기 때문에 혹한(酷寒)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말 그대로 그 즈음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밖에 나다니기 싫을 정도로 차가운 나날의 연속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추위를 알리는 대한(大寒)이 엊그제였다.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의 절기인 대한은 음력 12월 섣달에 들어 있으며 매듭을 짓는 절후(節候)이다. 양력 1월 20일 무렵이며 음력으로는 12월에 해당된다.
소한의 이름은 말 그대로 ‘작은 추위’라는 뜻이며 대한은 ‘큰 추위’라는 뜻이다. 이름만 들으면 소한보다 대한이 더 추울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소한이 더 춥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전국 평균기온으로 따지면 대체로 대한의 기온이 낮다. 그래서 대한에 더 추위를 많이 느껴야 맞는 것이다. 그런데 왜 소한이 더 춥다고 느끼는 걸까?
1월 초순은 대륙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는 시기라 바람이 강하게 불고 기온이 갑자기 급강하하므로 체감기온이 낮게 된다. 하지만 대한이 될 즈음 대륙고기압 영향이 줄어들어, 아침에는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만 낮에는 기온이 많이 상승하게 된다. 소한과 비교해 1일 기온이 분명 낮지만 일사량이 늘어나서 상대적으로 대한의 날씨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착각 때문인지, 예부터 소한의 추위를 더 경계하는 속담들이 생겨났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와서 얼어 죽는다”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 등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춥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얼핏 보면 절기상의 의미만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다른 속뜻도 들어 있다. 어떤 현상이나 이론에만 기대어서 자기변명을 늘어놓는 사람에게 ‘이론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며 엄살을 부리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속담들은 실제 날씨와 관련해서 곧 봄이 올 것이 분명한데 대한이라고 추위 핑계 대며 아무 일 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지 말라는 일깨움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날카로운 지적의 의미와 더불어 ‘실패와 좌절,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고 얼어버린 마음으로 움츠리지 말고 일어나 다시 도전하자’라는 격려도 담겨있다고 본다.
겨울이 지나지 않고 봄이 오랴. 이 추위가 지나야 따뜻한 나날이 오듯 세상만사가 순서가 있으며, 급하다고 우리가 원한대로 먼저 억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요즈음 들어 더더욱 느낀다.
갖가지 허영과 욕심, 그리고 지나친 자괴감으로 떠나 보내야할 것을 떠나보내지 않고 잊어버려도 될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집착한다면, 우리는 내일이라는 또 하나의 머나먼 길의 선착장에 다다를 수 없다.
겨울은 헤어짐의 계절이다. 불교에서는 헤어짐에 대한 많은 고찰의 가르침이 있다. 그 중에 부처님께서 스스로의 생애의 끝에 이르러 제자에게 고한 이야기로 마무리 할까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3개월 후에 열반할 것을 예고하자 아난다 존자가 슬퍼한다.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참으로 내가 전에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모든 것과는 헤어지기 마련이고 없어지기 마련이고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그처럼 말하지 않았던가. 아난다여, 그러니 여기서 그대가 간청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난다여, 태어났고 존재했고 형성된 것은 모두 부서지기 마련한 법이거늘 그런 것을 두고 ‘절대로 부서지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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