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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배와 덕담
정희성  |  농부시인 /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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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30  10: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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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설날이 기다려지는 건 새해를 시작한다는 설렘과 기대 때문이지만 설빔과 세뱃돈이 주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설 연휴 때도 설빔을 차려입은 세배객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선물과 세뱃돈이 들려 있을 것이다.
설날 풍속도 시대가 변하며 많이 바뀌었다. 가을부터 옷감을 준비해 설 명절에 새 옷과 신발 등을 차려입는 설빔보다는 선물과 세뱃돈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요즘 세태다.
부모 세대들도 헛기침을 하며 사양하는 척하지만, 자녀들이 설을 맞아 평소 탐은 나지만 지갑을 열 수 없었던 값비싼 효도선물을 마련해 오거나 용돈을 두둑이 챙겨드리는 걸 좋아한다. 이러니 아이들이 이른바 ‘세뱃돈이 가져다 줄 특수’를 기대하며 손가락을 꼽아가며 설날을 기다리는 걸 나무랄 수 없다.

설날 아침,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는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설빔을 갖춰 입은 단정한 자세로 공수(拱手)의 예로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기다리는 대신, 까치 절하듯 서둘러 세배를 마치고 어른들의 품에서 나오는 세뱃돈 봉투를 더 반가워하는 듯한 요상한 풍속이 집집마다 비일비재하다.
설날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고유 명절인 만큼 의미와 풍속도 다양하다.
세배는 ‘해가 바뀌는 날에 존장자에게 절을 해 예를 표하는 것’이라 했다. 또한 세배는 설날에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먼 곳에는 정월 보름까지 찾아가서 세배하면 인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예법을 지킨다면 세배는 1대 1로 하며, 세배를 받는 어른에게 ‘앉으세요’ ‘절 받으세요’라고 가벼이 말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세배 자체가 인사이므로, 아랫사람은 절하고 반드시 다시 일어난 후 앉기 전에 어른의 덕담을 기다리는 것이 올바른 세배다. 요즘은 이런 예법이 희미해져, 엉거주춤 반쯤 일어서다가 주저앉는 일본식 절 방식에다가 아랫사람이 거꾸로 웃어른에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라는 식으로 덕담을 하는 민망한 광경도 흔하다.
설날의 덕담에는 이 날만의 특색이 있다. 《도하세시기속시》 중 <덕담>이라는 제목의 칠언절구는, 새해에 서로 만나면 한 해를 축하하고 덕담을 주고받느라 하루가 떠들썩하다고 묘사하면서 ‘소과·대과 합격해라, 장수하고 복 받아라’ 등 덕담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다. 요즘 식으로 풀이하면 ‘대학이나 입사 시험에 합격해라, 부자 되어라’이겠다. 이렇듯 덕담이란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희망 또는 축원의 말을 건네어 즐겁고 기쁘게 해주는 것이다. 재미난 것은 신년 덕담은 ‘앞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식의 미래 시제의 예정 또는 소망의 형식이 아니라, ‘벌써 그렇게 되었으니 축하한다!’라는 식의 완료형 시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며칠 후, 정유년 설날이 되면 신풍리 마을 안길 곳곳에 차가 넘쳐날 것이다. 물론 외지에 나가 활동하는 자녀나 손주들이 오랜만에 고향마을을 찾아 부모님과 친지 어른께 세배 드리고 정성스럽게 마련한 선물을 건네는 미풍양속이 신풍리 우리 마을만의 설 풍속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병신년을 하루라도 빨리 흘려보내고 싶은 심정에서일까? 올해 설날 풍속은 조금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옛 분들은 설 명절을 쇠며 요즘과 다르지 않는 설렘과 반가움, 기대의 정서와 함께 근신(謹身)과 기우(杞憂)를 중시했다. ‘설이란 보통으로는 섧다, 슬프다는 뜻이지만 조심해 가만히 있다는 의미로도 쓰던 말이다. 설날이라 함은 곧 기우하기 위해 가만히 들어앉는 날이라는 뜻이다. 해가 바뀐 정월 초하루에는 1년 내내 어느 날이고 탈 없이 지내게 해 주십사하는 뜻으로, 이날을 극진히 조심하고 지내며 특히 농사에 관계된 축언을 정월에 했다’. 육당 최남선 선생의 <조선상식문답>에서 따온 내용이다. 요컨대 2017년 정유년 설날은, 우리 모두에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 제대로 민주공화국인 나라’를 염원하는 경건한 비나리의 하루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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