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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
나기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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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30  17: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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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제주 김종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밤과 꿈』(장천)이 나왔다. 장천은 제주의 출판사다. 서울 김종태 시인도 있다. 시에 대해 내세우지 않는 그가 밤 숲 위의 별들로 된 표지처럼 은은히 시집을 건네주었다. 그러니 작은 시집이다. ‘하늘에서 아름다운/달무리가 달팽이를 바라보고 있다.//너 어디 있니?/나무 아래//땅에서 아름다운/달팽이가 달무리를 바라보고 있다.//너 어디 있니?/하늘에//하늘과 땅에서/흘러가는 달 그림자들.’(‘달무리와 달팽이’) 지상의 작은 것인 달팽이와 하늘의 달무리와의 조응. 작은 것이 큰 것과 만나고 있다.
‘뿌려질 농약을/감귤 밭의 하얀 꽃들은//마구 들어닥칠 전기톱을/초가마을의 푸른 나무들은//무섭게 땅을 울리는 포크레인을/길가이 개미들은//급하게 돌아가는 제초기를/청보리밭의 푸른 뱀들은//새로 만든 직선도로를/올레길의 돌담들이//얼마나 무서워했을까?’(‘아라동 마을에서’) 곧 덮칠 큰 것들 앞의 꽃, 나무, 뱀, 돌담들같이 작은 것들에게 머무는 눈길.
그의 섬세한 눈에 포착되는 작은 것들처럼 그의 몸피도 작고 여위었다. 독일 시 교수로 퇴임을 했지만 그런 체취가 없다. 늘 가난하다. 고전 음악에 거의 평생을 천착해 오는 전문가 급인데 시에 관해선 말을 아낀다. 이번 시집도 전처럼 시단에 거의 보내지 않았다. 허나 그게 누구의 손에 한 권이라도 남아 있으면 훗날 의미 있게 매김 될 수도 있으리라.

내가 사는 봉개동에 봉아름작은도서관이 곧 문을 연다. 봉개동은 예전에 조용했던 중산간 마을들인 봉개본동 세 마을과 동서회천, 용강, 명도암 마을로 이루어졌다. 봉개본동은 고등학교가 들어서고 동부산업도로 길이 넓혀진 후, 수많은 차들이 휙휙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번잡한 동네가 되었다. 큰길가에 카페도 없어 작은도서관에 카페가 생긴다 하니 좋다.
여기 봉개 윗동네 명도암 마을로 이사 온 후, 마을 신문 《봉개엔》 일을 함께 하게 되었다. 제주에서 세 번째인 마을 신문으로 마을문고에서 일을 보던 여성들을 중심으로 기자가 꾸려졌다. 마침 용강 친정으로 옮겨온, 순천기적의도서관 임기를 끝낸 허순영 씨가 팀장을 맡아 활기를 띠었다. 석 달에 한번 나오는데, 매주 수요일 만나 편집 계획, 배당, 수정 첨삭 등을 한다. 벌써 6호가 나왔다. 이 작은 신문에 나는 내가 사는 곳을 더 잘 알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즐거이 참여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서 아들의 결혼식을 하게 되어 우리 ‘작은詩앗 채송화’의 윤효 동인을 주례로 모셨다. 그는 큰 집, 큰 가구, 큰 돈 같은 것들보다, 작은 화분, 작은 물건, 작은 정성 같은 것들에 마음을 주며 살라고 당부했다. 나는 신랑 신부가 그 말을 가슴에 깊이 담았으면 했다.
이즈음 늘 내 마음에 와 머무는 것은 ‘도시와 시골’ ‘육지와 섬’이라는 화두이다. 서울이 아직 인구 100만이었을 때 떠나와 기억이 안 나지만, 원 내 모습을 만들었을 그곳은 이제 천 만이 넘는 거대 도시이다. 거리, 광장, 지하철, 백화점, 쇼핑몰, 고층건물, 금융가, 랜드마크, 빈민가….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큰 것들은 더 늘어난다. 여기 제주 섬의 제주시도 원도심에서 점점 확장되고 있다. 도시는 큰 것들, 시골은 작은 것들일까. 나는 레이먼스 윌리엄스가 쓴 『시골과 도시『(나남)를 몇 달째 곁에 두고 있다.
‘풀잎 끝에 달려 있는 작은 이슬 방울들~’ 하는 양희은의 노래 ‘아름다운 것들’도 흥얼거린다. 지금 내 창 앞에 작은 산수유나무가 흔들린다. 그 위로 작은 새가 하나 날아간다. 큰 하늘 아래서. ‘아침에 작은 새 한 마리/창가에서 죽어 있었다.//아침에 작은 새 한 마리/겨울에서 죽어 있었다.//새가 사라진/거울 뒤로 갈 수 없다’(김종태, ‘죽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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