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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대만(臺灣) 방문에 즈음하여
신진우  |  webmaster@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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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0.2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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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31일~9월4일 티베트인들의 영혼의 스승이자 속세의 제왕인 제14대 달라이 라마(Tenzin Gyatso)가 대만을 방문하면서 중국과 대만 사이에 일대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방문은 야당인 민진당과 대만불교협회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대만(臺灣)은 불교(佛敎)국가이다. 이번 방문의 공식적인 목적은 지난달 대만을 강타한 초특급 태풍 모라콧(Morakot)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은 남부 까오쓩(高雄)일대 의 이재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사망자만 해도 무려 745명이나 된다고 하니 그 위력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달라이 라마는 죽은 자들의 넋을 달래고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그의 두고 온 산하 ‘티베트의 자치’ 주장 은 되풀이 하였지만, 중국과 대만간의 문제 즉 대만독립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의 대만방문을 즈음하여 대만 집권여당은 미리 중국정부에 공식적인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잉지어우(馬英九) 총통이 집권하고 나서 전에 없이 화해무드로 나아가고 있던 차에 중국은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최근의 씬쨩위구르(新疆維吾爾) 사태의 과격한 진압으로 전 세계 언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던 중국은 드러내놓고 화만 낼 수도 없었다. 달라이 라마(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숭상 받음)를 몰아낸 중국은 달라이 라마 다음으로 티베트인들에게 존경받는 제 11대 판첸 라마(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숭상 받음)의 임명식에 직접 간여했다. 인도의 달라이 라마가 진짜로 인정한 ‘게둔 초기 니마’(Gedhun Chokyi Nima)를 북경으로 압송해 비밀장소에 수감시키고, 스스로 만들어낸 ‘갼차인 노르부’(Gyancain Norbu)를 판첸 라마로 임명하고 조석으로 문안드리고 있다. 공산당 지도부는 졸지에 불교신자가 되고 말았다.

달라이 라마의 방문이 양안(兩岸)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평과 함께 양측이 함께 참석하기로 한 몇몇 공식일정에 중국 대표가 불참하여 공식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수순을 택했다. 아울러 달라이 라마의 방문 시 공항에서 있었던 환영파와 그의 방문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다분히 관제(官制) 데모적 성격이 짙었던 반대파의 모임중 반대파의 모습만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내 보냈다. 과거 80년대 초.중반 대만에는 이미 티베트 난민들이 정착해 살고 있었고, 친 티베트 단체들이 음으로 양으로 티베트 난민들을 돕고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 불교국가인 대만이 불교국가인 티베트를 도운 것이다. 달라이 라마의 방문은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며 이미 97년에 대만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대만 총통이던 리떵 훼이(李登輝)를 만나 중국정부가 극도의 신경전을 펼친 적도 있다. 지금 티베트의 망명정부는 북인도 다람살라(Dharamsala)의 멕클로드 간지(McLeod Ganj)에 있다. 인도를 방문하는 중화권 여행자들은 반드시 방문하는 성지이기도하다. 멕클로드 간지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를 가보면 달라이 라마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그는 비단 티베트인들의 법왕(法王)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무엇보다 엄청난 인파에 우선 놀라게 된다. 전 세계 유수의 언론과 지성인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일 년 내내 진을 치고 알현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반인들은 대개 공개 오디션을 통해 마당에 죽 늘어서 알현 하게 되며, 특별히 그쪽에서 요청에 응하는 경우는 개별 알현의 기회가 주어진다. 개별 미팅은 사전에 망명정부로 편지를 보내야하며 비서진들이 일일이 편지를 읽어보고, 선별을 한다고 한다.
3년간의 인도 유학생활을 동안 기억에 남는 인물이 둘이 있다. 한 사람은 몽골에서 온 대학 교수이고, 또 한 사람은 기독교로 개종한 한 티베트인이다. 몽골에서 온 대학교수는 운이 좋게도 무려 세 번이나 달라이 라마를 알현했다고 했다. 대단한 행운이다. 망명정부엔 하루에도 수천통의 편지가 쌓인다고 들었다. 몽골 교수 부부는 일생의 자랑거리로 생각했다. 그럴 만도 했다. 다른 한사람은 믿기지 않겠지만 기독교로 개종한 조그만 여행사 사장이었다. 올드 델리의 티베트인들이 모여 사는 난민촌(Tibetan Colony)에 있다.
언젠가 인도의 무더위를 피해 북인도의 여름 휴양지로 피서 갈 겸 해서 우연히 들른 티베트인 여행사에서 그를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는 달라이 라마를 만난 적이 있으며 자신이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을 달라이 라마께 말했다고 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귀를 바짝 치켜세웠다. 달라이 라마는 어느 지도자들보다 서방(西方)의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 지도자이다. 중국과 앙숙관계에 있던 인도를 제외하고 티베트 망명정부를 제대로 도운 아세아의 불교국가는 거의 없다. 아니 있다고 해도 힘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티베트 망명정부를 도운 이들은 하나같이 기독교 국가들이다. 심지어 이 친구는 감히 달라이 라마께 “당신은 우리의 지도자이긴 하나 신(神)은 아니다. 신(神)이면 중국 공산당을 왜 그냥 두느냐?”라는 폭탄선언을 했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의 반응이 궁금해 채근 했더니, 그때 달라이 라마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고 한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중국의 압제에 신음하는 티베트를 하루 속히 독립시키고 중국공산당을 징벌해달라는 요구에 지쳐있던 차에 당신은 ‘신(神)이 아니다’는 말을 듣고 한편 얼마나 즐거워했으랴?
달라이 라마는 하루아침에 정든 고국산천을 뒤로하고 눈보라 몰아치던 희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로 망명했다(1959.3.11). 그는 희말라야 산속의 조그만 왕국을 잃었지만 대신 천하를 얻었다. 지구상 어느 지도자도 그처럼 전 세계인의 존경과 신망을 한 몸에 받는 지도자는 없다. 달라이 라마는 다시는 환생하지 않을 것을 공약했다. 환생한다면 십중팔구 티베트인 부모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그리되면 또 공산당 지도부가 농간을 부릴 것이기 때문이다. 해서 그는 죽기 전 후계자를 임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시대에 다시는 환생하는 달라이 라마를 뵐 수가 없다. 그 달라이 라마가 못가는 나라가 딱 하나 있다고 한다. 바로 우리나라이다.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그렇단다.<신진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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