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3월13일 전 끝내야
올해 설 밥상머리 민심의 목소리는 예상대로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탄핵국면과 원희룡 도정의 정책 실책에 집중됐다.

우선 탄핵정국에 대해 많은 도민들은 오늘(31일) 퇴임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말대로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3월13일 이전에 심판이 이뤄져야한다는 데 적극 공감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박 대통령 연설문 등 많은 문건들이 사전에 최순실씨에게 넘어갔고, 일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넉넉한 탄핵사유가 된다. 물론 삼성 등 재벌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 등이 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묵인아래 이뤄졌다는 사실이 조속히 규명된다면 탄핵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하지만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박 대통령의 문체부 고위직 인사 압력, 삼성에 정유라 승마 지원 등 드러나고 있는 사안만으로도 탄핵 요건은 충분하다.

신뢰잃은 원 지사의 청정·공존
원 도정의 청정과 공존정책도 이번 설의 최대 화두가 됐다. 원 지사는 청정과 공존을 밥 먹듯이 말하고 있지만 그 자신도 사실상 반신반의(半信半疑)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원 지사는 최근 제주도청 출입 기자들에게 “청정과 공존이라는 미래비전을 말하면서 개발을 막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쉽지만 행정의 연속성의 측면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명한 것은 현 도정은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고 보전에 중심을 두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행정에서 도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분발하겠다”고 했다(본지 1월27일자 3면). 환경문제는 제주도만이 아닌 지구 차원의 문제다. 이 때문에 국가지도자, 지역 지도자할 것 없이 ‘개발과 보전’을 슬로건으로 내건다. ‘청정과 공존’이 원 도정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다면 보통 착각이 아니다. 

솔직히 원 도정의 환경정책은 ‘보전’으로 보기 어렵다. 그 사례는 제주시민 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 제2공항 건설, 신항만 건설, 오라관광단지 추진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개발사업은 청정·공존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 결국 원 도정의 보전과 공존은 개발을 위해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쓰레기 정책 등 실책 시정 시급
쓰레기 수거 정책과 하수처리장 대책 등 시민생활과 직결된 정책도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아 무리가 아니다. 성공과 실패는 성과지표가 근거가 되지만 이에 앞서 도민들의 호응도가 큰 작용을 한다. 도민이 원하지 않은 일을 행정만능주의로 밀어붙여 추진할 경우 해당 사업 자체는 성공할지 몰라도 민심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원 도정은 제주도민 1인당 1일 쓰레기 배출량이 1.8kg(제주인구 65만8000명 기준)으로 전국 1위라는 점을 장기간 방송매체 등을 통해 강조하면서 마치 쓰레기 다량 발생의 원인을 도민들의 책임인양 전가시키고 있다. 전국 평균 1인당 배출량 0.95kg보다 갑절 많은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으니 도민들이 알아서 양을 줄이라는 간접 압력인 셈이다.

하지만 제주지역은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곳이다. 아마도 이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전체 쓰레기의 30%는 될 것이다. 도민적 합의없이 시행되고 있는 요일별 쓰레기 배출제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원 도정은 모든 정책에 솔직해야 한다. 정책 추진에 앞서 실상을 사실 그대로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도민을 잠시동안은 속일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진정성이 없는 속임수 행정은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