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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점화된 행정체제 개편작업
기초자치단체장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기초의회 부활을 핵심 과제로 하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재점화됐다. 전임 도정에서 추진하다 중단된 행정체제 개편이 현 도정에서는 성사될 지 주목된다. 시행 시기를 내년 6월 지방선거로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땅히 그렇게 돼야 한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되면서 북제주군과 님제주군은 각각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통합되고 기초단체장 직선제와 기초의회도 폐지됐다. 대신에 2개 시를 행정시로 만들어 도지사가 시장을 임명하는 생소한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기존 4개 시·군 존치가 특별자치도 시행과는 무관하고 성공사례도 없는 엉뚱한 행정시 제도를 밀어붙여 결국 민의 반영 창구는 대폭 축소된 반면 제왕적 도지사를 탄생시키는 결과를 자초하고 말았다.
원희룡 지사는 그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행정체제 개편 용역 자체가 너무 길게 설정돼 있다”며 “서두를 것은 서둘러 도민들의 총의를 모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행정체제 개편에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동제주·서제주 개편 논의 필요
당초 원 도정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새 행정체제를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관련 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 일정을 오는 10월로 느긋하게 잡은 것만 봐도 내년 지방선거에 적용할 생각이 없었음이 감지된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부터 바뀐 행정체제로 기초단체장을 선출하고 기초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바로 이러한 도민의 뜻을 외면할 수 없어 본격적인 행정체제 개편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도 관계자의 말대로 8월 말까지 개편안이 나와야 제주도특별법 개정안에 반영해 연내 국회 통과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사실 시행 10년이면 제도의 성과가 확연히 나타난다. 현행 행정시 체제가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인 만큼 기존 체제로의 재편은 불가피하다. 다만, 기존 4개 시·군과 기초의회 체제를 그대로 부활해 시장·군수와 기초의원을 선거로 선출할 것인지, 현행 제주시와 서귀포시 체제에 시의회를 둬 시장과 시의원을 주민들이 선출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인가 하는 과제만 남아 있다.
여기에 제주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제주시, 서귀포시, 동제주군(시), 서제주군(시)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동제주, 서제주 신설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 왔다. 이번 기회에 이 방안도 집중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해야
인구 50만명에 가까운 제주시가 행정시장에 의해 시정이 운영되고 있는 자체가 해외토픽감이다. 인구 5만명이 안 된 곳도 지방자치를 하고 있다.
제주도행정체제 개편위원회는 반드시 8월 말까지 도민들의 중지를 모아 가장 바람직한 행정체제 개편안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에 도입되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도 제주지역의 시·군 기초의회와 시장·군수 직선제가 폐지돼 주민자치가 크게 훼손된데 대해 공감하고 있다. 예상대로 올해 상반기 대통령 선거가 이뤄져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내년 제주지역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거의 확실시 된다.
남은 과제는 원 도정의 강력한 기초단체 부활 의지이다. 도지사가 현재의 제도에 집착하면 행정개편위의 개편작업은 위축돼 제한적인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주민자치가 발전하려면 제왕적 도지사의 지위가 사라져야 한다. 원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부터 새 기초자치단체가 시행될 수 있도록 행정체체제 개편 작업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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