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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에도 봄은 오는가
강은미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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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09  19: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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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간’도 지나고 봄이 오는가 싶더니 추위가 맹공을 펼치고 있다. 없는 사람이 더욱 서글퍼지는 계절이다. 이런 즈음에 제주를 얼어붙게 하는 우울한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제주 강정해군기지 앞바다 연산호 군락지가 군기지 건설로 인해 훼손됐다는 소식과 함께 해군기지에 ‘줌월트’ 배치가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건에 대해 해군 측에서는 사실 무근이며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고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 허탈감만 돈다.

강정 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우려했던 것은 강정 바다의 생태환경파괴와 군기지화 됨으로써 강정이 미국의 대 중국 전초기지가 될 가능성이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이 엄습한다. 일부 언론 사설에서는 “군사작전 및 계획의 문제에 대해 민간이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 것은 군 작전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느 나라 언론이며, 어느 나라 국민의 의견인가. 우리 마을이 군사작전의 전초기지화가 되는 것에 주민이 간섭을 안 하면 누가 한단 말인가. 이런 몰상식과 무감수성에 대해서 분노를 넘어 바위 앞에 염불을 외는 듯 슬픔이 밀려온다.


설연휴에 강정 마을 올레길을 걸었다. 한가롭게 올레길을 걷는 게 주민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이래저래 우울한 소식이 들려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녀왔다. 제주해군기지는 완공이 다 됐고, 제주해군기지 정문 맞은편 인도 위에 설치된 천막 농성장에는 평화활동가들이 설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나면서 눈인사만 나누고 겸연쩍어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천막 위 확성기가 덩그러니 슬퍼보였다. 그렇게 외쳤건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외마디울음이 침묵으로 잦아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더욱이  해군이 강정 주민에게 구상권으로 34억5000만원을 청구해 논 상태라 설명절에도 강정 주민들은 넋 놓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생명평화’라고 씌여진 노란깃발의 펄럭임이 유난스레 무겁게 보였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한국의 정치권력이 얼마나 부패하고 무능한지 만천하에 알려지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사드에 이어 줌월트 배치 등으로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 한복판에 제주가 있다. 평화의 섬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폭력과 전쟁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제주, 앞날이 어떻게 될지 사뭇 불안하기 그지없다. 이런 와중에 지난 달 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퇴임식이 열린 날에는 헌재 정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집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손에는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가 들려 있었고, ‘탄핵기각’을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가열찼다. 미국이 우리를 구원해줄 것이라 믿는 국민의 목소리이다. 아니면 박근혜 정부와 미국의 사주를 받은 매국민일지도. 

프랑스의 행동하는 지성, 스테판 에셀은 『분노하라』라는 책을 통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에, 지금 이대로의 세계를 거부하라고 한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민주주의가 승리할 기회를 놓치게 했으며, 절망에 빠져있기만 한 시간이 결국은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것들과 서식하며 더욱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그래서 그는 “혹시 우리는 너무 쉽게 ‘멘붕’과 좌절을 말한 것은 아닌가”하고 자문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우리가 처한 여러 가지 문제에 ‘분노’로 맞서는 것이다. 무관심이야 말로 최악의 태도이기에 인권과 평화를 위해 거리로 나가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강정이 너무 아프다. 역사와 문화, 생명 공동체로서 한솥밥을 먹는 우리로서는 눈 뜨고 못 볼 최대의 위기 국면이다. 자칫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게 될 수도 있는 위기의 지금, 스테판 에셀의 일침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다. 분노하라, 제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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