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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정의
강순복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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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12  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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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옷장 문을 열었다. 계절이 새로 오기 전에 여성 장애인시설에 나누기 위해 옷가지들을 덜어 낼 작정이다.
사람이 살면서 몸에 배는 관습이란 것이 얼마나 지독한지 한 번 밴 습관을 바꾸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 내 코가 석 자인데 남의 코를 풀어 주는 버릇은 여전하다. 이런 필자를 두고 요즘 삶의 여유로워 졌는지 씀씀이가 꽤 커졌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한 개인의 눈에 비치는 모습이 다는 아닐 터, 합석했던 다른 지인이 변명처럼 거들었다
“없어서 못 쓰는 거지, 원래 손이 크잖아”라고.

생각해 보니 손이 비어서 없을 때도 무엇이든 주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옷장을 뒤져서라도 입던 옷을 나누거나 가난한 살림에 김치 쪼가리라도 나누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 듯하다.
이번 겨울에도 임원들과 옷가지와 기저귀 등을 마련해서 여성 장애인 시설을 방문했고 설전에도 2차로 다녀왔다.
다행히 시설 원장님께서 너무 고맙다며 설빔을 따로 준비하려던 나들이를 접어도 되겠다며 좋아하셨다.
오늘도 입다가 싫증이 나거나 체형 변화로 인해 커지거나 작아진 옷들을 정리하는데, 어느 회원이 동참한다고 가져온 옷들을 상자에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좀 어설픈 옷들, 내가 받아서 입기 싫은 옷들은 미안하지만 근린하우스로 보내 버리고 입을 만한 옷들만 골라서 포장을 끝냈다.
나눈다는 것은 내가 사용할 수 없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덜어서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자신이 사용하는 것, 내가 어제까지 사용하던 스카프나 목도리 등을 조금 나누어 갖는 것이 진실 된 나눔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 아깝지만 선뜻 나눠 주는 것이야 말로 아름다운 공동체 생활이며 사회를 환하게 밝히는 빛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던가.
가진 것이 없어서 나눌 게 없다는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되면 삶이 방식이 다를 뿐인데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 오히려 측은해 지는 것은 오지랖일까 모르지만 돌이켜 보면 나누어서 내 것이 줄어든 경우는 그다지 없는 것 같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것을.
가끔 나누어 주어 버림을 잊어버리고 입으려고, 또는 사용하려고 찾아보다가 아 참! 하며 무릎을 치는 적도 있었다.
그렇다. 몇 가지 나눠서 주어 버린다고 크게 곤란하지도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안다. 돈 주고 산 것이라 아까워서 선뜻 내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저 껴안으려고만 하는 작은 욕심 탓은 아닐까? 한 번쯤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나이가 들수록 비우는 연습을 하면 어떨까?
어차피 이 세상을 떠날 때 관 속을 재물로 채워 갈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좀 내려놓으시게. 마음으로는 아는데 그게 어렵다던 그대여!
오늘 살다가 내일 떠날지 모를 이승에서 어둠을 밝힐 촛불 하나 켜서 그대 떠나는 길 훤하게 밝혀 두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새봄이 오기 전에 닫힌 옷장 문 열어서 꽉꽉 찬 옷걸이에서 몇 벌 덜어 내시고 떠나는 길, 등에 진 짐의 무게를 좀 덜어 두시게나.
아름다운 이 나라를 위해. 살려니 캄캄하고 죽으려니 청춘인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그대 손 펴서 가진 것 조금만 나누어 주시게. 그 나눔의 거름 되어 향기로운 꽃 피고 아이들 웃음 삼천리에 퍼지는 아름다운 이 나라를 위해서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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