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제주도교육청이 제주학생문화원 주변을 ‘제주 청소년의 거리’로 조성한 것은 공부에 얽매인 학생들에게 잠시 휴식공간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거리의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의 거리는 일반공원 또는 산책로보다 더 지속적이고 안전이 보장되는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청소년들이 마음을 놓고 이용할 수 있는 거리가 될 수 있다. 이곳 청소년의 거리가 제기능을 상실한 거리로 전락했다는 최근 제주도의회의 지적(본지 2월13일 3면)이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시민과 학생들은 그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청소년의 거리가 활성화되려면 쾌적한 환경 조성과 함께 그림·서예 등의 전시공간과 소규모 서점 또는 이동식 간이서점은 물론 청소년들이 즐겨 먹는 먹거리, 즐길거리 등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청소년의 거리는 단순한 공원이나 산책로 역할 밖에 할 수 없다.
제주 청소년의 거리에는 수 억, 수 십억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야간 테마거리, 바오젠거리 등과 달리 겨우 600여 만원 밖에 투자되지 않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말뿐인 청소년의 거리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