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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상임위 조례안 가결 큰 파문
국가예산과 지방예산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므로 사용도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고, 국회와 지방의회에 예산심의 및 의결권이 부여됐지만 모두 예산의 주인인 국민이 위임한 것이므로 함부로 편성하고 의결하고 집행해선 안 된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우범)가 지난 14일 제348회 임시회 제5차 회의에서 가결한 ‘제주도 생활임금 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조례안 명칭만 보면 생활이 어려운 모든 도민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생활임금제는 최저임금만으로는 보장하기 어려운 근로자의 주거·교육·문화비 등을 고려해 책정한 임금제도이다. 최저임금에 일정액의 임금을 지방예산에서 추가 지급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공공부문만 지원’ 말도 안돼
하지만 문제는 그 수혜 대상을 제주도 소속 및 출자·출연기관에서 고용하는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 880여 명에게만 적용한다는 데에 있다. 그야말로 도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일방적인 조례안이다. 지금 도내에는 생활여건이 기간제 근로자들보다 못한 일반 근로자들이 훨씬 더 많다. 도대체 이들 소규모 영세업체 근로자는 놔둔 채 기간제 근로자와 출자·출연기관 등 근로자에 대해서만 삶의 질을 개선시키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 법안을 처리한 농수축경제위도 적용 대상이 공공부문 근로자로 제한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민간부문에도 함께 적용하되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가 안 간다. 그럴거면 민간부분 적용시까지 조례안 처리를 미뤘어야 했다.
그러잖아도 제주도는 ‘공무원 천국’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마다 수 백명씩 공무원을 신규 채용하고 있고, 출자·출연기관 직원을 터무니없이 늘리고 있다. 올해도 제주도는 근년들어 가장 많은 455명의 신규 공무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도의회 본회의, 통과 유보해야
물론 정년 및 명예 퇴임하는 공무원이 많은데 따른 인원 충원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원희룡 도정의 일자리 창출 전략에 의한 것이라는 데에 있다. 아마도 올해 신규 공무원을 포함한 제주도개발공사 등 공공부문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인력을 채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 전체적으로 많게는 1000명에 이르는 신규 인력이 공공부문에 취업해 국민과 도민의 혈세로 생활비를 특별 지원받게 된다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물론 생활임금제 도입은 제주도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서울, 광주 등 일부 지자체가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도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 고려할 문제다. 무조건 이를 흉내내듯 도입해선 안 될 이유는 공공부문과 중소기업 근로자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고 갈등이 빚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도민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지역주민의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것은 지자체의 가장 큰 의무다. 공공부문과 일반 부문의 근로자를 구분해 공공부문에만 생활임금을 지원하는 것은 예산지원의 형평성을 상실하는 것일 뿐만아니라 심각한 조세저항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오늘(16일) 개최될 예정인 도의회 본회의는 생활임금제 조례안을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도민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 도입할 때 하더라도 수혜 대상이 공공부문과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기업 근로자들까지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도입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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