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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를 맞이하며
김용길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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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16  17: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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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입춘(立春)이 지난 지 꽤 오래다. 어느새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눈앞이다. 우수는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이다.
24절기를 정확하게 말하면 상순에 드는 절기(節氣)와 하순에 드는 중기(中氣)로 나뉘는데 흔히 이들을 합쳐 절기라고 한다. 입춘이 절기인 반면 우수는 중기가 된다. 음력으로는 대개 정월에 들며 우수라는 말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이니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바 봄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음력에서 정월은 계절상 봄에 해당된다. “우수 뒤에 얼음같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슬슬 녹아 없어짐을 이르는 뜻으로 우수의 성격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 무렵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절기상으로 봄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날씨는 여전히 매섭다. 두터운 겉옷을 껴입어야 하고 옷깃을 여미게 할 만큼 칼바람은 여전히 서슬 퍼렇게 날이 선 채다. 아직 봄날의 나릇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어도 봄 같지가 않구나)이라 하였던가.

이 고사 성어는 중국 한나라 때 일화에서 비롯된다. 중국 전한(前漢) 원제(元帝) 때 왕소군(王昭君)이라는 후궁이 있었다. 그 시기 북방의 유목국가 흉노(凶奴)는 한(漢)나라에 절대 위협의 존재였다. 한은 후궁 가운데 한명을 흉노에 보내 유대관계를 맺고자 했다. 조공 미녀로 선택된 왕소군이 소환됐는데 실물을 보니 자색이 빼어났다. 그 미색은 서시, 초선, 양귀비 등에 버금갈 정도였다.
흉노로 간 왕소군은 이역만리에서 쓸쓸한 봄을 맞았다. 그 황량한 허허벌판에 봄꽃이 피어날리 만무고, 봄의 정감 또한 찾기 어려웠다. 초원지대에서 고향을 그리워했을 왕소군의 절절한 심정을 당나라 때 시인인 동방규가 한편의 시(詩)에 담아 남겼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 꽃이 피지 않으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같지가 않구나
매양 그렇지만 봄은 쉽게 오는 게 아니다. 동장군(冬將軍)의 심술로 늦은 한파가 이어진다. ‘춘래불사춘’은 내면과 외양이 다름을 일컫는 어구로도 곧잘 인용되곤 한다. 계절은 좋아졌지만 아직도 상황이나 마음은 겨울이라는 의미에서다.
날씨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신경을 쓰게 만드는 사회적 문제, 가족 문제, 회사문제, 그리고 대인관계 등도 곧잘 우리의 내면을 얼어붙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인간의 모든 삶의 영역에 존재하기에 누구도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사람들은 교통체증, 지각, 소지품 분실, 친구나 가족과의 다툼과 같은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도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이러한 일상의 사소한 골칫거리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매일 부딪히는 것들로 짜증스럽게 느껴지는 일들이다.
우리가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반응으로 자율신경계의 교감부가 활성화되고, 응급상황에 반응하도록 신체의 자원들이 동원된다. 심리적인 것이겠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함이 극도로 다가왔을 때 마치 심장이 얼어붙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그 이유다.
스트레스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스트레스는 생명체가 외부의 환경이나 내부의 변화에 즉각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삶의 의지’를 불어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져 봄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튼다. 자주 들어 귀에 익은 말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을 하고 다가올 따뜻한 봄을 생각하며 힘내어 하루하루 살아가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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